남북 `월드컵열차’ 무산되나

월드컵에 출전하는 ‘태극전사’를 응원하기 위해 오는 5월 ‘붉은 악마’를 태우고 북한을 거쳐 독일까지 가겠다는 이른 바 ‘월드컵 열차’ 계획이 무산될 상황에 처했다.

이 계획을 추진해온 한국철도공사 이 철(李哲) 사장이 4일부터 평양을 찾아 북측과 협의했지만 긍정적인 반응을 받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8일 평양에서 돌아온 직후 방북결과를 설명하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상황이 획기적으로 변화한다면 모를까 북측의 준비가 안된 것 같다”, “북한 통과는 북한 당국에서 바라지 않는 것 같다” 등의 답변을 내놓았다.

북측이 열차 통과에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음을 시사한 것이다.

월드컵 열차 계획은 우리 응원단을 태운 전용열차가 5월 부산을 출발, 군사분계선을 넘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간 뒤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을 타고 독일월드컵이 열리는 베를린까지 총 1만여km를 달린다는 아이디어를 말한다.

이는 성사된다면 분단 이후 남북을 종단해 TSR까지 이어지는 첫 사례가 되고 남북관계를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철도공사측에 보인 북측의 부정적 반응은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경의선을 타고 기차가 북행할 경우 북한의 주요도시를 따라 이동하게 되면서 북측 내부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북한 통과가 군부의 ‘통 큰’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도 부정적 반응의 배경으로 꼽힌다.

이는 남북이 철도 시험운행을 합의해 놓고도 매번 무산된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2004년 9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 철도연결 구간 개통을 2005년에 하 고 2004년 10월부터 복원된 구간에서 열차시범운행에 들어가기로 합의했지만 성사되 지 못한 데 이어 작년 10차 경협위때 합의한 그 해 10월 시험운행계획도 무산됐다.

이는 군사분계선을 통과하는 열차의 특성상 군사적 보장조치가 필수적이지만 이 문제가 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우선 월드컵 열차가 달릴 경의선은 궤도 공사가 끝나고 북측 역사(驛舍) 공사가 3월에 완공될 예정인데다 이르면 2월말 장성급군사회담이 열리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측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통행의 군사적 보장합의서 체결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는 점에서 한가닥 희망은 남아 있는 셈이다.

이와 맞물려 김대중(金大中.DJ) 전 대통령이 희망대로 4월 중 열차편을 이용한 방북이 이뤄진다면 월드컵 열차 운행에도 긍정적인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런 군사적 보장조치 문제가 해결되고 DJ의 열차 방북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휴전선을 넘어 북한 이 곳 저 곳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가는 것을 북측이 허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이 사장은 이날 DJ의 열차방북과 관련, “정부가 추진하고 확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밝혀, 북측으로부터 이렇다 할 입장 설명을 듣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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