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물밑논의’ 잇단 공개…”소통難 반영”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당국 간 공식 대화를 갖지 못하고 있는 남북이 최근 식량지원,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등과 관련한 ‘물밑 논의’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군사회담 대표단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측이 노후화된 군통신의 정상운영 대책을 먼저 세우기로 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개성공단과 금강산에서의 ‘3통’ 관련 합의 미이행의 책임을 남측에 돌렸다.

북이 제기한 군 통신 문제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측 출입사무소와 북측 군 상황실을 연결하는 통신 시스템 정비 차원에서 정부가 작년 11월 북에 주기로 했던 통신 관련 장비.자재 제공에 대한 것이었다.

북측은 실무 당국을 통해 남측에 장비.자재를 보내 달라고 계속 요구했고 우리 정부는 3통 전반에 대해 당국간 협의를 가질 필요성을 강조하던 차에 북측이 22일 돌연 이 문제를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앞서 지난 4일에는 김하중 통일장관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정부가 5월 중순 옥수수 5만t 제공을 위한 접촉을 북에 유선으로 제안했던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남북이 이처럼 물밑에서 타진하던 사항을 대대적으로 공개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전문가들은 ‘소통’이 안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차가 선명해 성과 내지 합의 도출이 난망한 상황에서 남북 각자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물밑 논의 사항을 대외적으로 알림으로써 책임 소재를 상대에게 넘기는 듯한 모양새라는 얘기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남북간에 전통문 교신이나 유선을 통해 논의중이던 사안을 합의가 되기 전에 공개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며 “북측은 대남 불만을 공론화함으로써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것일 수 있고 남측은 국민들에게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점을 강변하려는 목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물밑 논의’ 공개가 결국 자체 동력만으로 대화의 동력을 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남북 당국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6.15, 10.4선언 이행 의지를 남측이 분명히 하지 않는 한 당국간 대화를 안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상태에서 북이 3통 문제를 공개적으로 제기한 것은 3통만을 주제로는 당국간 대화를 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점에서 몇몇 전문가들은 북핵 진전에 따른 한반도 주변 정세의 가시적 변화가 확인되는 시점에 남북 고위급이 만나 6.15, 10.4 선언 이행 문제와 식량.비료지원, 3통 문제 등 현안을 큰 틀에서 논의할 기회를 잡아야 남북관계도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핵문제 진전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에 남이나 북 모두 그 결과를 보면서 남북관계를 풀어갈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며 “남북이 6.15와 8.15 사이에 대화의 기회를 잡지 못하면 당국 관계의 조기 정상화는 힘들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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