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 현지조사 절충안 가능할까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면서 현지조사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 지고 있다.

16일 현대아산 측이 윤만준 사장 일행의 방북 결과를 공개하면서 피해자 고(故) 박왕자씨의 사건 당일(11일) 동선과 시간대별 상황이 새롭게 구성됐지만 정부 안팎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강하다.

북측의 새로운 설명이 사건 직후의 그것보다 현실성이 있긴 하지만 닷새 사이에 사건 발생 지점, 총격 시각 등을 둘러싼 북측의 말이 바뀐데 대해 국민들은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쐈다는 설명 역시 ’두차례의 총성을 들었다’는 목격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상치된다.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가 같은 날 발표한 박씨 정밀 부검결과는 한마디로 ‘현장조사 없이는 총격의 진실규명이 불가능하다’였다. 얼마나 떨어진 곳에서 사격했는지, 사수가 한명인지, 두명인지, 선 상태에서 맞았는지 도주하다 맞았는지 등을 가릴 수 없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부검을 진행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도 “발사거리나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지형이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현장에서의 탄도실험”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최우선 대북 요구는 당국자들로 구성된 진상조사단을 북측이 수용하고, 그에 따라 남북 공동조사단을 꾸린 뒤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기조 하에 이미 검찰.경찰(국과수 포함).국정원.국방부 등의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 조사단이 국내에서의 활동을 시작했으며 북측에 우리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영향력 행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북측이 당국자가 참여하는 조사단의 방북을 허용할 것이냐는 문제와 북측이 계속 거부할 경우 강제할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만만치 않다.

일단 북이 3월말 우리 당국자의 방북을 불허하고, 남북 당국간 대화를 중단한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 사안을 놓고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려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물론 금강산 관광이 ‘달러박스’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이 생각을 달리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 사건에 군부가 직접 관여돼 있고, 현재 북한내 대남 당국은 남북 대화 단절 속에 입지가 취약하다는 점 등 북한 내부 사정으로 미뤄봐도 북이 단기간에 태도를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한에 당국 차원의 조사단 수용을 요구할 정치적 명분과 함께 남북간에 정보교환 및 협력을 하도록 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상의 근거도 있다는 입장이지만 국제 기준에 비춰 정부 차원의 조사단 파견을 강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일국의 당국자들이 다른 나라의 공권력이 미치는 곳에서 이 같은 사건에 대해 현장 조사를 진행한 사례는 국제적으로 거의 없으며, 그것을 요구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규정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우리로선 남북이 특수관계임을 강조할 수 있지만 남북이 각각 유엔 회원국으로 존재하는 지금 당국 차원의 조사단 파견이 국제 기준에 맞아 떨어진다고 보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전문가들은 금강산 사업의 직접 당사자인 현대아산을 전면에 내세우고 우리의 민간 전문가들이 동참하는 식으로 조사단을 꾸려 북측과 현장 조사를 벌이는 식의 절충안을 제기하기도 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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