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금강산 피살’ 놓고 첨예한 대립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태 발생 이틀째 만에 남북이 책임소재와 남측 당국자의 현장조사 허용문제 등을 놓고 대립각을 세움에 따라 당국 관계에 이어 민간부문에서도 남북관계가 급격히 냉각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는 12일 북한이 우리 입장을 담은 전통문 수신을 거부하자 전통문 전문을 공개, 사건에 대한 강한 유감을 표명하는 한편 현지조사에 대한 북의 협조를 촉구했다.

이에 북한은 사건 발생 38시간 만인 이날 오후 7시 금강산사업 담당 기구인 명승지종합개발지도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처음으로 당국 차원의 입장을 발표, 사태의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한편 우리 정부 의 현지조사 요구를 일축했다.

북측은 또 우리 정부의 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 조치에 맞서 금강산 관광객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쟁점 놓고 양측 입장 엇갈려 = 우선 책임소재와 관련 북측은 남측 관광객이 군사통제구역에 진입했기 때문에 사격이 불가피했다면서 책임이 전적으로 남측에 있다고 주장한 뒤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했다.

반면 정부는 민간인 관광객 사망은 “있을 수 없는 일이자 일어나서도 안되는 일”이라면서 북측이 제지 및 조사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해자를 사살한데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남측은 정부 당국자가 포함된 조사단을 현지에 급파하겠다며 북측의 협조를 요구한 반면 북측은 “사고 경위가 명백할 뿐 아니라 이미 사고 발생시 현대측 인원들과 함께 현장 확인을 했다”면서 정부의 요구를 일축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진상규명때까지 금강산 관광을 중단한데 대해 북측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으로서..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때까지 남측 관광객을 받지 않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되받아쳤다.

◇현지조사 가능할까 = 정부가 요구하는 당국자 참여 하의 현장 조사가 성사될 전망은 북측의 명시적 거부로 인해 더욱 불투명해졌다.

정부 당국자들은 당초 북한이 현장조사 수용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보고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최근 대외 관계 개선 행보 속에 남한과 국제사회의 반북 여론을 견제하는 차원에서라도 당국자 방북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최소한 북한 당국이 시간을 두고 고민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북이 사건 발생 만 이틀이 지나기 전에 당국자 방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면서 정부 당국자들은 ‘의외’라는 반응 속에 현지 조사가 쉽지 않을 것임을 예감하는 분위기다. 북한 체제의 경직성을 감안할 때 한번 밝힌 입장을 단기간에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당국자들의 분석이다.

◇사태 파장 어디까지 = 12일 공식화된 양측의 기본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명이 희생된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감안,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철저한 진상조사와 엄정한 대처를 주문했다.

더욱이 남측 관광객 중 사건 목격자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는 여러 의혹이 제기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북한도 초기에 강경 대응기조를 밝힌 상황인데다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면서 남북관계에서 더 잃을 것이 없다는 입장 아래 ‘버티기’로 나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금강산 관광 중단의 장기화는 물론 개성관광의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민간 교류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 정부의 행보도 관망세로 돌아설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현안인 대북 지원, 이산가족 문제, 개성공단 3통 등의 해결 모색도 더욱 요원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양측이 이 문제 해결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으로 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북측이 금강산사업은 남측 민간 영역(현대아산)과 진행하는 사업이라는 논리 하에 우리 당국의 개입을 거부할 경우 이 같은 기대는 현실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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