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 비료지원에 조건 걸어라

16일 남북차관급 회담이 시작되었다. 김일성 조문 반대와 탈북자 집단입국 사건으로 남북간 회담이 중단된 지 10개월 만이다. 북핵문제로 인한 긴장이 위험 수위에 육박하고 있는 시점에 재개된 회담이어서 정부의 기대와 국민의 관심이 더욱 크다.

정부는 15일 ▶북핵문제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 ▶대북 비료 지원 등 인도적 지원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라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즉각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할 수 있는 설득 통로를 확보한 것”이라며 “동북아 정세가 안정화로 돌아서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기대를 갖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북한이 왜 이 시점에서 돌연 남북회담을 제안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북핵 정세, 남한을 방패막이로 활용 가능

북한이 회담에 나오는 가장 중요한 의도는 비료가 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농촌은 얼마 전 파종기에 접어들었다. 파종기에 비료를 쓰지 못하면 가뜩이나 부족한 식량사정이 크게 악화될 것이다.

지난 1월, 북한이 비료 50만 톤을 남한에 요구했지만 남한은 ‘당국자 회담을 열어야 비료를 줄 수 있다’며 지금까지 거절해왔다. 최근에는 북한이 중국에 비료 40만 톤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북한은 회담에 나올 경우 핵문제로 인해 최근 조성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의 방패막이로 남한을 ‘활용’할 수 있는 부수효과도 얻을 수 있다. 북한이 핵보유를 선언했고, 6자회담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미북 간에 험한 말이 오고 갔고,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경계하고 있다.

북한이 핵포기를 결단하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압박과 제재를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민족공조를 내세워 남한을 붙잡아 두고 ‘시간’을 버는 것이다.

장관급회담, 6자회담 복귀 추궁해야

이것이 북한이 회담에 나오는 이유라면, 이에 대응하는 회담 전략이 필요하다. 비료지원에 전제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다.

전제 조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다. 물론 핵심 조건은 6자회담 복귀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조건에 순순히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도 비료지원 문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당국자 회담을 열어야 비료를 줄 수 있다’는 원칙적이고 당당한 자세가 북한의 회담참여를 끌어냈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체득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전략과 이번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굳건한 마음가짐 없이 회담에 응한다면 결과는 뻔하다. 북한은 ‘시간’과 ‘비료’를 얻고, 우리 정부에게는 국민의 실망과 국제사회의 눈총만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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