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이 美北대화 교두보?…’산 넘어 산’

6일 남북 실무회담이 성과적으로 끝날 경우 미북 대화로 이어지는 기제로 작용할지도 관심이다.  


회담 성사 과정에서 북한이 먼저 개성공단 기업인과 관리위원회 인원들의 방북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만큼 개성공단 시설 및 장비점검은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완제품 및 원부자재 반출 문제도 각각 의견 접근이 가능한 사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성공단의 발전적 정상화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와 신변보장이 확보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연스럽게 3통문제(통신·통행·통관)와 국제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5일 “개성공단이 상식과 국제 규범에 맞게 정상화 돼야 한다는 것이 큰 틀에서의 정부의 목표”라며 “개성공단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공단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말해 회담에서 국제화 문제를 부각할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이 지난번과 같이 격(格) 문제로 회담을 무산시키거나 아무런 소득 없이 끝마칠 형편이 아닌 점도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각료회의에서 드러난 것처럼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3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하는가 하면 지난달 말에는 김격식 북한군 총참모장이 쿠바를 방문했고, 김성남 국제부 부부장은 중국도 찾았다.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관계 형성을 기반으로 현재 처해있는 고립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평가된다.


여기서 한 발 나가 북한이 남북관계 정상화를 미북대화의 교두보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 3단계 방안으로 추진돼 미북 간 2·29합의까지 도출했던 지난해 상황이 재연되길 바라는 눈치다.


북한이 3일 조선신보를 통해 ‘반공화국 적대범죄’ 혐의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 씨의 특별교화소 생활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북한의 교화소 생활과 내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관측에 따르면, 북한은 ‘개성공단을 살려야 한다’는 입장을 천명할 가능성이 크다. 노동신문은 실무회담을 하루 앞둔 5일 “민족의 밝은 미래를 열어나가자면 외세가 아니라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며 “북과 남이 불신과 대결상태를 해소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가자면 민족자주의 입장에 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의제에서 북한이 기존 관행을 유지하며 남측과 힘겨루기를 할 경우 이러한 구상은 한낱 장미빛 기대로 끝날 공산이 있다.   


미국의 태도도 완고하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ARF에서 “한미중일 4개국 모두 북한과 관련한 미래에 비핵화가 포함돼야 한다는 데 완전히 단합돼 있고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밝혀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약속한 2005년 9·19공동성명 이행을 재촉구했다.


또한 한미일은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만큼,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예, 우라늄농축 중단, 국제원자력기구 사찰단 복귀 등 2·29합의 내용 이외에 추가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