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회담서 日 납치문제 왜 거론했나

정부가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 과정에서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북측의 유연한 대처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당부가 나온 맥락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당시 회담에서 북핵 ‘2.13합의’의 원만하고 조속한 이행을 강조한 점에 비춰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제기한 것으로 보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실제 일본인 납치 문제는 북.일 간 핵심 현안으로 2.13합의에 따라 지난 달 초 베트남에서 열린 제1차 북.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회의가 조기 결렬된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일본이 2.13합의 당시 북한의 핵시설 폐쇄.봉인 조치에 따른 나머지 5자의 균등한 상응조치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납치문제 때문이었다. 납치문제가 해결돼야 대북 지원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게 일본 입장인 것이다.

이렇듯 일본인 납치문제는 6자회담이 속도를 내는데 걸림돌이 돼 왔다.

이에 비춰 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한 우리측은 제20차 장관급회담에서 이를 공식 의제로 제기한 게 아니라 북.일 양측이 좀 더 유연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는 원론적인 입장을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입장은 당시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와 접촉했을 때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만났을 때 제기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남북대화에서 북.일 현안을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이번 제20차 회담에서 우리 측이 쌀 차관 제공 문제를 논의할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일정을 2.13합의의 초기조치 시한(60일) 이후인 4월18일로 잡은 점에 비춰 놀랄 만한 일은 아니라는 관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이는 제20차 회담 직후 남북장관급회담이 사실상 6자회담 합의의 이행을 추동하는 수단이 돼 버렸다는 지적이 나온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또 2005년 6월 17일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6.17면담)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자민당 부총재로부터 받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북.일 수교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월 만에 어렵게 재개된 남북회담에서 우리측이 북.일 간의 핵심 현안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유연한 자세를 당부한 것은 우리측 의지가 실린 것으로, 6.17면담 때 일본측 입장을 단순하게 전달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해석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그동안 납치 문제와 관련해 명분에 집착하기 보다는 실리적이며 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면서 대북 압박 중심의 일본식 해법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도 의외라는 평가에 무게를 실어준다.

더욱이 제20차 회담에서 우리측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해결과 관련해서는 애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과 비교해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우리측이 납북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별도의 당국간 틀을 확보하려던 기본입장을 관철하지 못하고 종전처럼 적십자회담에서 논의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오는 10일부터 시작되는 적십자회담 결과를 봐야겠지만 북측이 종전처럼 납북자 문제를 이산가족 틀 속에서 해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별도 당국 채널보다는 기대치가 낮아진 게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남북대화 자리에서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만,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점에서 이런 변화가 향후 남북대화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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