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협력기금 대폭 삭감…대북사업 위축될듯

남북협력기금이 핵실험 파고를 넘지 못하고 27일 새해 예산의결 과정에서 대폭 삭감되면서 대북사업이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삭감 규모는 1천500억원으로, 북핵사태에 따른 남북관계의 불확실성으로 대북협력사업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협력기금의 상당 부분이 북한에 쓰여진다는 점에서 국회가 핵실험에 따른 책임을 물어 사실상 우회적인 대북 제재를 취한 모양새가 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삭감된 돈이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경수로계정이 아니라 남북협력계정에서 전부 잘려 나갔다는 점이다. 남북협력계정은 남북 경협과 교류, 대북지원 등에 사용되는 자금으로 남북협력기금의 본체에 해당한다.

또 빌렸다가 갚아야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 예수금이 아니라 예산 성격을 갖는 정부 출연금에서 1천500억원이 모두 삭감된 점도 기금 운용 주체인 통일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번 삭감 조치로 정부 출연금은 2005년 5천억원에서 올해 처음으로 6천500억원까지 늘어났다가 내년에는 23.1%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내년도 남북협력계정 운용규모는 애초 당정 협의를 거쳐 조율된 1조1천854억원에서 1조390억원으로 12.3% 삭감됐고, 올해의 1조2천289억원보다는 15.5%나 줄었다.

일단 이번 의결과정에서 남북협력계정의 사업비 9천504억원 가운데 800억원이, 예비(여유)자금 2천80억원 가운데 700억원 가량이 잘려 나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어떻게 조정됐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됐는지 파악 중”이라며 “지출계획을 다시 짜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비춰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지원 등 거의 매년 이어지던 연례사업의 경우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신규 사업의 경우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통일부 안팎의 관측이다.

통일부가 애초 잡아놓았던 신규사업으로는 북한 철도 개보수사업 기초 조사비(10억원), 금강산관리위원회 설립.운영(80억원), 개성공단 근로자 기숙사 건립(180억원), 개성공단 내 영세기업용 아파트형 공장 건설(234억원), 북한 기술경제인력 양성사업(12억4천만원), 남북상사중재위원회 구성(4억4천만원) 등이 있다.

다만 쌀 차관의 경우 애초 올해 40만t에서 내년에 50만t, 비료는 30만t에서 35만t으로 늘려 잡으면서 예산도 각각 24% 증가한 1천925억원과 29% 늘어난 1천400억원으로 편성했었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올해 수준으로 다시 조정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쓸 수 있는 대북사업 자금이 줄어든 만큼 현재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가 내년에 급진전되더라도 사안별 성격과 우선순위를 감안해 ‘선택과 집중’을 하거나 기금운용을 더 깐깐하고 짜게 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남북관계가 질적, 양적으로 팽창할 경우 공자예수금 차입이 불가피해지면서 지난 해 말 부채비율 200%를 넘어선 남북협력기금의 부실이 심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1조원이 넘는 볼륨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운용의 묘를 살린다면 주요 사업 집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은 상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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