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통일, 北 자유·인권 가치 추구할 때”

오는 26일 출간을 앞둔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기파랑)’에 대한 언론과 학계의 관심이 뜨겁다.

인터넷 댓글에는 ‘대안교과서’에 대한 찬반 의견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좌파 단체들과 일부 언론에서는 줄지어 비난의 글을 쏟아내고 있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는 ‘근·현대사’ 논쟁에 불을 지핀 것은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 포럼’ 학자들이다. 평생을 연구실에 틀어박혀 학문적 연구에만 몰두했던 이들은 현행 교과서에 담겨있는 ‘좌파 민족주의’ 사관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공감, 3년 전 ‘대안교과서’ 집필에 뛰어들었다.

‘데일리엔케이’는 집필에 참여한 주요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출간을 앞둔 소감을 들어봤다.

◆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교과서포럼 공동대표)

– 대안교과서를 출간해야겠다는 문제의식은 어디에서 시작됐나?

“2005년 ‘교과서 포럼’ 창립 총기에는 현행 교과서의 문제를 지적하는 활동을 1년간 했다. 그 과정에서 현행 역사 교과서의 문제점을 밝히는 책을 2권 출간했다. 그러나 비판 뿐 아니라 현행 교과서의 문제를 극복할 대안 교과서를 내야 된다는 데에 집필진들의 의견이 모아져 대안 교과서 출간에 나서게 됐다.”

– 지난 3년간 집필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지난 2006년 11월 교과서 초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리는 회의장에 4.19 유족회 회원들이 난입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의 일로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

이전에 전교조가 보충수업 교재를 통해 4.19를 ‘미완의 민족민중혁명’이라고 얘기했었다. 당시 우리는 4.19가 민주통일 혁명으로 향하는 ‘민족민중혁명’은 아니라는 판단은 내렸지만 다른 어떤 수정안도 확정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학생운동’이라고 표현한 초고가 나왔었고, 이로 인해 4.19단체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지금은 논의를 통해 한국인 스스로 정권교체를 시도한 ‘민주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평하고 있다.”

– 식민지 시대에 대한 서술에 부담은 느끼지 않았나?

“국내에서는 워낙 민족주의사관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인 서술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학계에서는 상식화되어 있는 학설이다. 우리가 반성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 40년간 교과서에는 일본에 토지의 40%를 빼앗기고, 생산된 쌀의 40%를 수탈당했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기록으로도 남아있지 않으며, 사실도 아니다. 1960년대 후반부터 교과서가 폭력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반일 민족주의와의 상호주의를 통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물론 식민지 시대는 야만적 지배체제로 억압적인 경찰과 관료의 지배 하에서 정치적 권리와 자유가 인정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은 법치와 시장제도를 통해 일본인과의 동화정책을 폈지만, 한국인들 또한 경제활동에 참여하며 근대적 문명에 적응하게 됐다.

일본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본과 기술을 축적하기도 했다. 때문에 일본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식민지 시대에) 근대 경제로 발전하게 됐다고 볼 수 있다. 일제로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고, 여기에 식민 지배의 역설이 있다.”

– 대안 교과서는 ‘민족주의 사관’을 정면 비판하고 있다. ‘민족’이 허구적 개념이라는 주장은 일반 국민들에게 감정적으로 반발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현행 교과서는 ‘민족’을 역사의 주체로 보고 있지만 자유와 인권, 합리적 이성을 본성으로 하는 인간이 역사발전의 주체다. 민족이 분단되어 있는 지금의 상태는 불안정한 역사이고, 통일이 되어야만 역사가 완성된다는 현행 교과서의 서술은 잘못된 것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자유와 인권,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이 높아진 역사로 재평가 되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북한도 자유와 인권의 가치 지닌 국가로 전환될 때가 통일의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 북한의 역사를 ‘보론’으로 별도로 다룬 것이 흥미로운데….

“자유와 인권이라는 기본 가치가 결여된 북한의 역사를 남한의 역사와 혼돈해서는 안 된다. 민족은 확고부동한 역사의 실체가 아니다. 민족에 파묻혀서 한 덩어리로 역사를 서술해서는 안 된다. 남북한 간에는 역사발전의 수준 차가 크지만 장차 하나의 역사로 합해질 것이기 때문에 보론으로 다루게 됐다.”

◆ 김일영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현행 교과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교과서의 중요한 미덕은 편향이 아니라 균형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나치게 좌편향적 민족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교과서라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대해 정상적으로 기술되어야 한다. 한 나라가 어떻게 건국되고 발전되어 왔는지가 서술되어야 한다. 현행 교과서에서는 그런 관점이 없다.

특히 현대사 부분은 교과서라기보다 민족민중운동사를 기술한 것 같다. 개인이 민족민중운동사에 대해 쓴다면 아무 상관없겠지만 교과서에서 그렇게 기술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 대안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정통성 회복에 큰 중점을 두고 있는 까닭은?

“현행 교과서는 지금의 남한을 부족한 국가로 보고 있다. 통일 국가가 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지만 그 당시 국제적 조건에서 봤을 때 한반도 남쪽에서만이라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가 살아있는 국가가 건설됐다는 점은 세계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행 교과서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고 남한을 생겨나지 말아야 할 국가로 서술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상대적으로 최선의 국가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태어날 수 있는 국가였다. 특히 어려움 속에서 놀라운 성장을 이룩한 성공의 역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대한민국의 긍정적인 면만 서술한 것은 아니다. 문제되었던 부분 또한 객관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 대안교과서를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특히 고등 교육의 수혜자였던 대다수 국민 층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인가?

“이렇게 편향된 교육은 지난 10년간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묵인 아래 더욱 심해진 것이다. 주로 전교조 교사들의 주도로 이뤄진 일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바로 잡는 일은 실제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현재 언론에서 이에 관한 비판들이 많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소수에 불과하다. 그것은 지난 2006년도 출간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을 보면 알 수 있다. ‘재인식’은 8만원 상당으로 2권에 달하는 분량이지만 두 달 동안 수천부가 팔려나갔다. 그동안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읽으면서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반 사람들의 욕구를 채워주었던 것이다. 교사들도 환영할 것이라고 본다.”

◆ 박효종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교과서포럼 공동대표)

– 대안교과서는 ‘분단체제론’에 입각한 현행 역사 교과서의 서술을 문제시하고 있는데 분단체제론으로 인한 역사 왜곡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기존 교과서는 분단사 차원에서 건국을 바라보며, 대한민국 정부를 단독정부와 분단세력이 수립한 정부 정도로 폄훼하고 있다. 6.25 전쟁도 민족 내부에서 일어난 비극 정도로 서술되고 있다. 그러나 건국은 해방의 의미를 진정으로 반추할 수 있는 쾌거라고 할 수 있다. 근대화와 산업화 측면에서도 국력이 뻗어갈 수 있는 혁명적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한국 사회 내에서 민주화 이후 통일에 대한 흐름이 비정상적으로 부각되어 있다. 이것이 분단사의 입장에서 본 역사 왜곡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 민주화 운동의 흐름이 건국사 전 과정을 포함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는데,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경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민주화 운동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민주화의 주춧돌은 건국이다. 헌법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시장경제의 정신이 명시되었기 때문에 정치적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근대화, 산업화의 토대를 이뤘기 때문에 민주화의 길로도 갈 수 있었다.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가 모두 한 뿌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화를 펨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 대안교과서 출간 이후 앞으로 이를 어떻게 사회 전반에 알려나갈 생각인가?

“언제나 비판의 문은 열려있다. 우리는 절대적인 패러다임 하에서 교과서를 집필한 것이 아니다. 비판도 받으면서 새로운 것은 고쳐나가는 노력을 할 것이고 대화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가질 것이다. 학문적 논쟁은 학문적으로 이뤄질 때만이 올바른 역사쓰기가 가능해질 것이다. 또한 대안교과서를 주제로 현직 교사, 학부모, 교육단체들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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