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조사단 고구려유적 첫 공동조사

남한 학자들이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들을 북한 학자들과 공동조사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최근 서울로 돌아왔다.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 전 고려대 총장)은 지난달 19일부터 30일까지 11일 간 평양 일대의 고구려 유적을 북한의 학자들과 함께 조사하고 백두산 등지도 둘러봤다.

이번 조사에는 남측에서는 고구려연구재단 김정배 이사장 등 10명, 북측에서는 조희승 사회과학원 고구려연구실장 등 5명이 참가했다.

김정배 이사장은 3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남북공동조사의 가장 큰 성과로 백두산 정계비터 확인과 안악3호분ㆍ태성리3호분 등 고구려 유적의 직접 실사를 꼽았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조사단이 찍어온 사진 자료에 의하면 백두산 병사봉(북한지명 장군봉)과 대연지봉 사이 중간지점에 위치한 백두산 정계비 자리는 북한 당국이 1980년 세워둔 흰색 표석과 정계비를 받치던 받침돌만 남아 있었다.

백두산 정계비는 1712년(숙종 38년) 백두산에 세운 조선과 청(淸)나라 사이의 경계비로 1931년 만주사변 당시 일제가 철거했다.

백두산 정계비터를 남측 인사가 직접 확인한 것은 해방 후 이번이 처음.

김 이사장은 “군 초소 뒤에 있어 일반인들은 들어갈 수 없었는데 양해를 구해 직접 확인했다”고 밝히고 “북한의 중국어판 관광지도에도 ’정계비’가 아닌 ’백두산 사적비’라고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재단의 배성준 연구원은 “정계비가 송화강의 지류인 토문강과 압록강 사이의 분수령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직접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안악3호분, 태성리3호분, 인민대학습당 부근의 평양성 석각(石刻) 등이 남한 학자들에게 처음 공개됐다.

고구려재단 측은 이날 안악 3호분과 태성리 3호분 등 고분을 직접 실측조사하고 벽화들을 근접 촬영한 사진을 공개했다.

이 재단의 김진순 연구원은 “안악 3호분의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했으며 기존에 봐왔던 도판보다 훨씬 선명했다”고 말했다.

안악3호분은 ’동수묘(冬壽墓)’라고도 하며 황해도 안악군 용순면에 있는 고구려시대 벽화고분으로 북한의 국보 제28호다.

고구려 미천왕의 고분으로 추정되는 태성리 3호분은 평양 근교에서 2000년 12월 발견됐다. 고구려연구재단의 최광식 상임이사는 이 고분에 대해 “구조는 안악3호분과 동일했으나 회랑의 방향이 달랐고, 고분은 거의 파괴돼 벽화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또 이번에 강서소묘(평남 강서군 강서면)의 고분 구조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도에서 널방에 이르는 계단이 없고 관대도 없다는 사실을 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강서소묘는 일제시기 작성된 실측도면을 근거로 강서대묘의 구조와 같은 것으로 알려져 모든 자료에서 잘못된 도면을 표기해왔다.

김정배 이사장은 이번 남북공동 조사에 대해 “북한 학자들과 함께 숙식하는 등 신뢰를 쌓으며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번 조사를 기반으로 앞으로 남북 학계가 교류하며 좋은 연구사업들을 같이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구려연구재단은 이번 학술조사를 토대로 향후 보고서를 내는 한편 남북공동 학술토론회도 추진할 계획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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