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화해통해 핵해결에 기여”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고 변화를 가져올 유일한 길은 남.북간, 북.미간 화해이며, 이번 제2차 남북정상회담은 이러한 화해를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진정한 의의”가 있다고 레온 시갈 미 사회과학연구소 동북아협력안보프로젝트 국장이 주장했다.

시갈 국장은 노틸러스연구소 웹페이지에 올린 28일자 기고문에서 “일부 관측통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한국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조야한 시도쯤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는 이러한 역사적 순간의 의미를 간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갈 국장은 “적대관계의 근본적인 변화-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이뤄지게 될 것인데-가 있어야만 북한이 안심하고 6-9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량의 기존 플루토늄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은 화해의 과정을 더욱 촉진함으로써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 과정을 진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시갈 국장은 이런 의미가 있는 회담을 노무현 대통령이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시들해진 경제개혁”을 재추진할 의사가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알아보고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을 타진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핵문제를 협상하는 직접적인 방식이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를 논의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북한의 핵무기프로그램의 종식 과정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평화체제에 관한 “김 위원장의 생각이 협상 가능한 것으로 판명되면, 그것이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서명하는 일련의 평화 합의의 기반이 될 수 있으며, 이는 북한이 열망하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외교적 인정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북한도 핵프로그램 포기의 발걸음을 더 많이 떼게 될 것”이라는 논리다.

시갈 박사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북미관계의 완전정상화를 북한의 핵포기에 연계시켰으나, 그 이전에라도 “각종 평화 합의들이 평화조약으로 가는 과도단계로서 정치적으로 유용할 것”이라며, 한반도에 군대를 둔 남북한과 미국 3자가 체결할 수 있는 “각종 평화합의들”로 ▲군사 핫라인 ▲훈련의 사전통보 ▲군사교류 ▲상대측에 대한 정찰비행을 허용하는 ’영공개방(open skies)’ 등의 신뢰구축조치들을 예시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평화합의중 “군사정전위원회를 남.북한 및 미국 3자간 ’평화장치(peace machanism)’로 대체하는 것”이 있다며, 이 ’평화장치’가 만들어지면 신뢰구축조치들을 협상하는 틀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1996년 비무장지대에서 항로를 잃은 미군 정찰헬기의 격추 사건이나, 북한 공작 잠수함의 빈번한 남해 침입 등의 군사분쟁을 해결하는 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갈 박사는 김정일 위원장이 현 시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 화해로 정책전환을 했다는 인식때문”이라며 “김 위원장은 미국이 대북 적대관계의 종식으로 움직임에 따라 한국과 관계를 확대.심화할 태세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갈 박사는 미국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해나갈 때만 북한이 한국과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미국이 대북관계에서 뒷걸음칠 때는 북한이 한국과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패턴을 보여왔다며 이는 고 김일성 주석 때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일성 주석이 사망 직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미국의 화해정책의 신호로 보고 김영삼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합의하고 핵무기프로그램 동결 용의를 밝혔던 사실을 시갈 박사는 지적했다.

그러나 둘다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김영삼 대통령이 김 주석 사망 후 북한 체제의 불안정화를 노려 그 후계자(김정일)를 우습게 보는 정책을 취했고, 미국에서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을 의식해 제네바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은 탓이 적지 않다”고 시갈 박사는 말했다.

이어 1999년 후반 미국이 일련의 대북 화해정책을 취하자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을 수용한 뒤 남한 답방과 중장거리 미사일 프로그램의 종식을 미국에 제안했으나, 이 때도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 초청을 놓고 꾸물거리다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 대북 대화를 거절하고 정권교체를 위협함에 따라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무산됐다고 시갈 박사는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