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호재에 콜금리 두달연속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두달 연속 콜금리 인상이라는 전례없는 강수를 뒀다.

미국발(發) 신용경색의 파급으로 전세계 증시가 조정을 받는 가운데서도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라는 호재와 확고해지는 경기상승 기조, 그리고 시중의 과잉유동성 해소라는 명분 등을 앞세워 금통위가 마침내 콜금리를 연 5%대로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금통위가 지금까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두달 연속 콜금리 인상’을 강행한 것은 시중 과잉유동성 문제가 그만큼 심각함을 보여준다.

연속적인 콜금리 인상에도 향후 경기상승세에 흔들림이 없다면 연말까지 한차례 더 콜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위험수위 이른 유동성 급증에 고삐 = 한은이 내세우고 있는 콜금리 인상의 가장 큰 명분은 시중 과잉유동성의 흡수다.

6월의 광의유동성(L) 증가율은 12.7%에 달했고 한달간 증가한 유동성 규모는 무려 35조원으로 한은의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7월에도 광의통화(M2)의 작년동기대비 증가율은 11%대 초반으로 전월(10.9%)보다 더 높아진 것으로 추정됐으며 금융기관유동성(Lf) 증가율은 10%대 중반으로 여전히 두자릿수의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콜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중통화량 증가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두달 연속 콜금리 인상이라는 강도높은 처방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강경 처방은 한편으로 통화당국의 다급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 8월 연 4.50%로 콜금리를 인상한 후 올해 7월 재차 인상할 때까지 10개월간 공백기간에 1-2차례 금리를 인상했어야 했지만 금리인상의 타이밍을 놓친 금통위가 뒤늦게 공세적인 자세로 나섰다는 것이다.

제때 과잉유동성을 흡수하지 못하다 보니 때늦은 콜금리 인상이 시장에 제대로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참가자들에게 `다급해진 통화당국’으로 비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는 지적이다.

한은 나름대로는 경기상승세를 좀 더 면밀히 확인하느라 금리인상 시기를 놓쳤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2005년 10월 시작된 콜금리 인상 랠리도 타이밍이 늦었다는 비판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과감하게 통화정책이 구사하지 못한 것은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정상회담이 대세 가른 듯= 7월 콜금리 인상후 한은 집행부는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8월에 연속 콜금리 인상을 모색하는 기류가 역력했다.

7월 금통위 종료 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발표문에는 “연 4.75%로 인상조정된 콜금리 운용목표가 여전히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표현을 담아 추가 금리인상을 강력히 시사했다.

특히 2.4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7%라는 좋은 성적을 거둔데다 산업활동 동향과 수출실적 등 각종 지표가 금리인상론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따른 전세계 신용경색 파급 우려로 급격한 조정을 받으면서 콜금리 인상에 큰 장애로 등장했으며 일부 금통위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금리인상이 9월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됐다.

이후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과 달리 인플레이션을 타깃으로 삼아 정책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따른 신용경색 우려가 그렇게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는 FRB의 판단을 읽을 수 있어 국내 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했다.

여기에 국내 경제의 중대 리스크 가운데 하나인 북핵 리스크를 상당한 정도로 완화시킬 수 있는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가 금통위를 하루 앞두고 발표됨으로써 콜금리 인상쪽으로 대세를 굳힌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7월에는 콜금리 인상이 유력시된 상황에서 금통위 개최를 며칠 앞두고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돌발악재가 터져 결국 콜금리가 동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반대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호재가 콜금리 인상을 성사시킨 셈이다.

◇5년만에 다시 5%대 진입한 콜금리= 1999년 콜금리 목표제 시행 직후 콜금리 운용목표는 연 4.75%였다.

2000년 2월 연 5.00%로 인상된 콜금리는 같은해 10월 5.25%까지 올랐으나 이듬해 2월 다시 5.00%로 인하됐다.

이어 같은해 7월 연 4.75%로 인하된 후 지금까지 계속 3-4%대에서 등락했다.

이번에 콜금리가 연 5.00%로 인상됨으로써 6년만에 다시 5%대를 회복한 셈이다.

정책금리 수준이 장기투자 수익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한다는 이론에 따르자면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에 걸맞는 수준으로 콜금리가 올라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7,8월 두차례 콜금리 인상으로 과잉유동성 문제가 당장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추가 콜금리 인상의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순환 곡선을 살펴보면 경기상승세가 오래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기 때문에 5%대의 정책금리 수준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없지 않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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