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12월 대선 부동층에 영향”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달 28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은 12월 대선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부는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에서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 김만복 국정원장, 이재정 통일부장관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유호열 고려대 북한한과 교수는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진정한 한반도 평화나 남북관계 개선 보다는 각자의 서로 다른 목적을 위해 정략적으로 합의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정상회담에 합의한 만큼 지금으로선 제대로된 회담이 돼야 한다”면서도 “남측은 연말 대선을 유리하게 이끄는 것과 함께 임기말 업적을 쌓을 수 있고, 북측은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기 위한 게 크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은 경제적 지원을 이끌어 내는 것 뿐만 아니라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한 의도도 있다”며 “남북간 평화무드를 조성해 ‘전쟁 세력’ 대 ‘평화 세력’으로 나눠 햇볕정책 추진세력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설사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정상회담을 한 것 가지고 문제삼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평양에서 열리는 회담이니만큼 북측에겐 크게 부담 없이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이번 정상회담이 올 대선에서 어느 한쪽에 편파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되며, 정부가 ‘대선 기획용’이란 인상을 불식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20일 결정되는데 이후에 회담이 열리게 됐다”면서 “이번 회담이 대선 기획용’이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부가 구성할 자문단에 한나라당 쪽 인사도 참여하고 그쪽 의견도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선도 대선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 폐기”라면서 “북핵 폐기와 평화체제 논의가 맞물려 갈 수밖에 없는데,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미북 중심으로만 가게 하지 않기 위해선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현 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결과를 내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이번 정상회담이 북핵 해결과 관련해 구체적 해결 방안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 뒤 “남북 정상간 첫 번째 만남은 만남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이번 회담은 구체적 성과를 내놔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회담 정례화’나 ‘북핵 해결에 대한 의지를 확인’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나 ‘평화선언’을 내놓을 수도 있겠지만, 북측은 기본적으로 평화체제 협상은 미국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실질적 합의는 내놓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북측이 정상회담을 수용한 배경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가 북측에 ‘선물 보따리’를 풀겠다고 약속했을 것”이라며 “노 대통령 성격상 지난 1차 회담과 관련해 특검도 실시한 만큼 캐쉬(현금)를 주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에 남북 경협 확대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 정권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회담이 열리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선출 시점과 맞물려 물타기를 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대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지지 후보를 결정 못한 중간층엔 이번 이슈가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번 정상회담 합의는 정부가 지난달초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간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데 대해 북한이 지난달 29일 김 원장의 비공개 방북을 공식 초청, 김 원장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8월 2∼3일, 4∼5일 두차례 방북해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북측은 김 원장의 1차 방북시 ‘8월 하순 평양에서 수뇌상봉을 개최하자’고 제의해왔고, 김 원장이 서울로 귀환 이를 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노 대통령이 북측 제안을 수용하자 김 원장은 4∼5일 재차 방북해 대통령 친서를 북측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5일 김 원장과 김 통전부장은 ‘8월28∼30일 평양에서 제2차 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남북합의서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