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이행도 `숨고르기’

10년만의 정권교체로 귀결된 대선(12.19) 이후 열린 남북간 회담과 접촉들이 ‘날짜잡기’에 그치면서 거칠 것 없이 진행되던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도 ‘숨고르기’에 들어간 양상이다.

28~29일 개성에서 열린 서해 평화협력특별지대 추진위원회 제1차 회의는 10월 제2차 남북정상회담 합의 중 가장 참신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사항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해주특구 및 해주항 공동조사 일정 외에 구체적 사업 추진 계획을 합의서에 넣지 못했고 각 세부 사업별 분과위 회의 개최 일정도 ‘2008년 상반기’로 모호하게 담는데 그쳤다.

앞서 열린 국방장관회담과 장성급 회담에서 합의하지 못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발목을 잡았음을 감안하더라도 ‘허전한’ 합의였다는 게 관측통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또 28일 개성에서 열린 베이징(北京) 올림픽 남북응원단 참가 관련 실무접촉에서도 언론보도문을 내긴 했지만 차기 접촉을 내년 1월 중 개성에서 개최한다는 내용 뿐이었다.

남측은 이 회의를 통해 응원단 규모 등에 대해 대략적인 공감대라도 형성하려 했으나 북측이 별다른 검토 없이 회의에 나선 통에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또 25~28일 부산에서 열린 남북 경제협력공동위원회 산하 조선 및 해운협력 분과위 1차회의도 조선협력단지 측량 및 지질조사를 내년 1분기에 실시한다는 내용을 합의에 담았지만 핵심 의제였던 현지 투자환경 개선 방안은 논의에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측은 남측의 투자 규모.계획 등이 먼저 파악되어야 투자환경 개선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지만 남측은 투자여건이 먼저 조성되어야 정확한 투자규모를 알 수 있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선 이후 열린 남북 회담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새로 출범할 정부가 대북정책을 대폭 조정할 것이라는 일반적 예상이 남북 모두를 위축시킨 때문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우선 남측 입장에서는 정권 교체기인 지금 새로 들어설 정부의 대북 정책과 기존 남북 간 합의의 이행 의지 등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측과 의미있는 합의를 만들어 내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따랐을 것으로 소식통들은 분석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잡힐지 확인 안된 상황에서 다음 정부에 이행될 일들을 논의하는 데는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특히 인수위가 실질적 활동에 들어가기 전에 회담이 열리다보니 인수위 측과의 사전 조율도 이뤄질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주무부서인 통일부로서는 조직 개편 설에 직면, 북측과 합의를 많이 하면 할 수록 입지가 약해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합의도출을 시도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북측도 곧 물러날 정부와 합의를 해봤자 실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약속한 회의를 예정대로 개최함으로써 남북정상회담 및 후속 회담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는 입장이다.

통일부는 서해지대 추진위 1차 회의를 마치며 발표한 설명자료를 통해 “서해지대 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상호 인식과 실천의지를 확인했다”면서 “또한 총리회담-국방장관회담-경협공동위에 이어 서해 위원회가 안정적으로 출범함으로써 정상 선언 이행의 틀이 완비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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