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합의사업 운명 어떻게 되나

통일부의 26일 연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07 남북정상선언(10.4 선언)에 명시된 핵심 경협사업 중 다수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과 향후 이행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통일부는 올해 3대 업무 목표 중 하나로 ‘상생의 경제협력 확대’를 꼽으면서 개성공단 3통 문제의 해결, 산림분야 및 농수산협력, 자원개발 협력, 나들섬 구상의 구체화 등을 세부 과제에 포함시켰다.

이 중 개성공단 3통, 산림.농수산분야 협력, 자원개발 협력 등은 10.4 선언에 추상적으로나마 포함된 사업들이다.

그러나 10.4 선언의 ‘핵심’에 해당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해주특구조성.공동어로.한강하구 공동이용 등)과 조선협력단지 조성, 철도.도로 개보수 등은 이날 발표된 올해의 세부 경협 과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업무보고에서도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의선 철도 긴급보수 문제가 결부된 8월 베이징(北京) 올림픽 남북공동응원단 파견 문제의 경우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한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홍양호 통일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합의된 10.4 선언과 총리회담 합의사항은 앞으로 유관기관과 합의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해 합의 사항들이 무효화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 사업들의 추진 여부는 ▲북핵 문제의 진전 ▲경제적 타당성 ▲재정부담 능력 ▲국민적 합의 등 새롭게 설정한 기준에 맞춰 결정될 것이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어쨌든 통일부가 업무보고에서 10.4 선언 이행 문제를 사실상 비켜간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핵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놓고 장기 공전 중인 북핵 상황의 유동성을 감안한 ‘전략적 모호성’ 차원에서 이해하고 있다.

과거 합의된 경협사업의 향배를 결정하는 데 핵문제의 진전과 남북관계 발전 속도.폭을 연계하는 ‘비핵.개방 3000’ 구상의 기본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통일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인 것이다.

또 다음달 9일 총선을 앞두고 적잖은 재정이 투입돼야 할 전 정부 시절 남북 합의에 대해 이행을 약속할 경우 발생할 정치적 손익 또한 은연 중 감안됐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 연구기관 연구원은 “10.4선언에 담긴 여러 사업들이 업무보고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현 정부가 이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은 것 같다”면서 “작년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추진 방향은 다음달 총선과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통일부가 경협관련 추진과제를 정하면서 북한이라는 ‘대화의 상대방’을 고려한 흔적이 별로 엿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 정부 출범을 전후해 10.4 선언의 이행 필요성을 강조한 북한이 이 같은 우리 정부의 구상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홍 차관은 “우선적으로 상생의 경협을 할 수 있는 좋은 사업들로 (추진과제를) 선정했다”고 설명했지만 한 북한 전문가는 “거명된 사업들 중에 북한이 크게 매력을 느낄 만한 사업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대규모 재정투입이 불가피한 사업들의 향방을 모호성의 영역에 남겨둔 데 비해 이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인 ‘나들섬 구상’은 12대 과제의 하나로 포함시켜 구체화함으로써 대조를 보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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