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파괴력 ‘대선정국’ 흔들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가 지난 10월 베이징에서 북측 이호남 참사를 만나 정상회담 제안의 진의를 파악한 데는 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통일부나 국가정보원 같은 정부 공식기구를 제치고 노 대통령의 386측근 비선그룹이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이 탈법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노 대통령이 북측을 상대하는데 최측근을 보냈다는 것은 정부의 정상회담 추진 의지를 잘 확인시켜 주기도 한다.

당시 남북 접촉은 얼마전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거치면서 정상회담 추진 논의로 급진전 됐다. 그동안 북측에 접촉 창구를 만들고 이 전 총리의 방북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이화영 의원은 29일 “현재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범여권이 정상회담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간단하다.

12월 대선이 오기 전에 한나라당 독주의 정국구도를 뒤집을수 있는 매머드급 이벤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정불신이 극에 달한 마당에 국내 처방으로는 백약이 쓸모없다. 2000년 6·15정상회담과 같은 남북관계 이벤트가 그나마 낫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러한 청와대와 범여권의’통일 이벤트’가 그다지 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늘고 있다. 국민들이 이미 햇볕정책 7년을 경과하면서 ‘북한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어 통일문제에 그다지 큰 반응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이미 효가를 본 이벤트를 재방송 했을 때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그 정치적 배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에 역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또한 북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미북 관계정상화 회담 때 “우리를 인도(핵보유국)처럼 대우해달라”고 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북핵 포기 결단은 매우 불투명해 그 효용성부터 국민불신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것 같은 후보’로 이명박 전 시장 35.3%, 박근혜 전 대표 16%, 정동영 전 의장 8.5%로 나타났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을 해도 그 혜택이 여권후보에게만 쏠릴 수 있다는 전제를 반박하는 통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 대선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면 ‘훨씬 더 파격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화해무드 조성만 하고 끝난다면 정부여당이 기대하는 큰 파장을 일으키기 힘들다는 것.

김 교수는 “회담이 제3국이 아니라 남한에서 열린다든지,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과감한 핵포기 선언이 이뤄진다든지 하는 파격적인 내용이 있다면 (대선 뒤집기가 가능할지)모르겠다”며 “그러나 그렇지 않고 지난 2000년 정상회담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큰 파괴력을 가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상회담이 대선을 뒤집을 만한 파괴력을 갖기 위한 조건으로 ▲여권통합 ▲한나라당 냉전구도 형성 ▲북미 대립 세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정상회담은 다만 범여권 후보 통합논의를 재촉하는 요인이 될 수는 있다”며 “하지만 그 자체로 대선을 뒤집는다거나 할 가능성을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자유주의연대 홍진표 사무총장은 “정부여당이 워낙 반전의 기회가 적어 정상회담에만 목을 메는 것 같다”면서 “기대가 너무 크고 주관적이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통한 정국반전 기대는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

홍 총장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도가 워낙 낮아 정상회담 정도로 정국변화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상회담을 통해 약속할 대북지원 약속 때문에 부정적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8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에 대한 한나라당의 우려와 반발에 대해 “과민반응하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김정일이 남한으로 오지 않는 한, 북한이나 제3국에서의 정상회담도 파장이 작을 것”이라고 말해 때와 장소에 관계 없이 정상회담의 파장이 크게 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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