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수행경제인들 ‘北 알기 열공중’

내달 2-4일 북한에서 개최되는 남북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동행하는 18명의 경제계 인사는 현재 ‘북한 알기’에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을 밑바탕으로 한 남북 경제협력 확대에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북한을 방문하는 경제인들의 역할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노 대통령과 함께 이틀 뒤 방북길에 오를 경제인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남북간 경제교류 확대의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하며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현재 대북사업을 진행중인 일부 경제인들은 사업 확대.발전을 위한 사업계획 다듬기에 여념이 없으며, 그렇지 않은 경제인들 역시 북한과의 상호 교류.협력을 위한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 공부중” = 4대 그룹 대표를 비롯한 경제인들은 북한 방문기간 다양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북한 및 남북 경협 관련 자료를 숙지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통일부가 건네준 자료와 회사 내부의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고서 등을 틈틈이 읽거나 회사 실무진으로부터 구두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방북을 준비중이다.

정 회장은 지난 18일 통일부를 찾아 이재정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직접 방북 관련 ‘교육’을 받았으며, 현대차그룹 역시 북한 현황, 남북 경제협력, 방북일정 등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만들어놓았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북한의 경제현황 등 필요한 자료를 속속 챙기고 있으며, 방북 기간 북한과 상호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는 게 LG그룹 관계자의 전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SK 경영경제연구소 등 그룹 안팎의 관련 조직을 통해 북한의 경제현황과 산업구조, 남북 경협 상황 등에 대해 집중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한의 경제상황 등 기본 자료를 챙기는 것은 물론 최근 전력, 용수, 물류 등 개성공단의 인프라와 투자 적정성, 여건 등에 중점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산업은행은 산은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을 통해 김창록 총재의 방북 준비를 전담하고 있다.

◇”남북경협 확대해야” = 현대그룹을 비롯해 대북사업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협 강화.발전을 위한 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방북 기간 남북 철도연결, 통신사업, 전력 이용, 통천 비행장 건설, 금강산 저수지 물 이용, 관광명승지 종합개발, 임진강댐 건설 7대 독점사업권에 대한 확약을 얻어내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현정은 회장은 금강산관광 확대와 함께 대북사업 계열사인 현대아산의 개성관광 성사 등 숙원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북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이 북측에서 골재채취 사업을 시도하고 있고 롯데관광이 개성관광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등 대북사업 경쟁에 직면해 있는 현대그룹으로서는 속을 끓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기문 개성공단기업협의회장은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애로와 바람을 전달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최근 개성공단에서 입주기업 대표, 현지 법인장 등과 간담회를 갖고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김 회장은 아울러 통행, 통관, 통신 등 ‘3통(通)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고 개성공단 2,3단계 개발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기를 바란다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이다.

한국신발산업협회 대표 자격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남한의 유휴설비 유상제공 및 기술 지원을 통해 북한 신발산업을 발전시키고 궁극적으로 북한에 임가공 공장을 만들 것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광업진흥공사는 현재 흑연광, 석회석 등 광물자원 관련 대북사업을 진행중인 데다 마그네사이트와 아연, 인회석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어 정상회담을 통한 남북 광물자원 협력확대가 주목된다.

또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제2의 개성공단’ 건설 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져 한국전력 등의 사업 확대 여부도 관심이다.

◇”장기적 경협방안 검토” = 4대 그룹은 이번 방북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을 진행하는데 방점을 찍기 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 경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이 현재 북한에서 삼성전자의 컬러TV 및 카세트라디오 임가공 사업, 제일모직의 스웨터, 신사복 임가공 사업 등을, LG는 임가공 형태의 브라운관TV 사업을 각각 하고 있을 뿐, 현대차그룹이나 SK그룹의 경우에는 대북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삼성, 포스코 등 방북길에 오르는 대기업들은 한결같이 “구체적인 대북사업 계획을 제안할 계획은 없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협력 여건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경제인이 북측 경제대표들과 대면 접촉하는 데다 4대 그룹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경제인들이 남북 정상과 ‘헤드 테이블’에 자리를 함께 할 기회를 갖는 만큼 현재로서 논의 수준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실제 남북 경제인 간담회가 기업대표 및 업종대표 간담회로 나뉘는 가운데 기업대표 간담회에 정몽구, 구본무, 최태원, 현정은 회장, 윤종용 부회장, 이구택 포스코 회장 등 6명과 북측 경제계 대표 6명이 참여할 예정이어서 심도있는 경협방안이 논의될 수도 있다.

또한 4대 그룹 대표 등이 남북 정상과 한테이블에 앉은 자리에서 정상들로부터 대북사업과 관련한 즉석 제안 등을 받을 경우 향후 관련 제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남북 경협확대를 위해 ‘3통 문제’ 해결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에서 남북 도로확대, 물류 및 통신 인프라 구축,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등에의 이들 기업 참여를 북측이 요청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