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대선 태풍되나 역풍되나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슈에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다.

대선을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담은 양 정상간 합의 결과에 따라 다른 이슈들을 압도하는 대박이 될수도, 대선용이라는 역풍만 불러오는 쪽박이 될 수도 있다.

대선정국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2000년 총선 직전 정상회담 개최가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집권당은 참패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대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반반으로 나왔다.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남북간 대규모 경제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김정훈 정보위원장은 “정상회담 대가로 노무현 정부가 현금을 주지는 않았을 것이고,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된 100억 달러 미만의 차관 제공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설이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범여권은 ‘평화 對 전쟁세력’ 이라는 이분법적 편가르기를 시도해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차기정권에서 이행해야 한다는 ‘계승전략’을 부각시킬 태세다.

이해찬 전 총리는 “분단을 획책하고 전쟁 불사하는 집단이 집권하면 무산될수도 있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이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해 정상회담과 대선 연계 의도를 드러냈다.

범여권, 정상회담 날개 달고 대공세…한나라, 대책마련 고심 중

이낙연 민주신당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시기와 장소의 부적절성을 제기하지만 남북한의 역할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고, 장영달 열린당 원내대표도 “초당적 민족정치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핵화나 납북자 등 북한이 결단해야 될 사항에 진전이 없을 경우 대선용 퍼주기 회담이라는 역풍도 거세게 일 전망이다.

대선에 미칠 파장을 가늠하는 데는 한나라당의 대응도 변수이다.

1995년 6·27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쌀지원을 단행하겠다고 전격 발표하고 쌀 지원 장면까지 내보냈다. 그러나 DJ와 JP가 정략적 지원이라고 싸잡이 비난하고 다니면서 선거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정상회담을 무조건 반대할수만도 없는 처지에서 한나라당은 ‘의제 선점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북한인권 등 의제 관련 사항을 포함한 4대 요구조건을 제시했다. 정상회담 관련 정보수집 및 효율적 대처를 위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이미 화살이 시위를 떠난 만큼 성과를 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북한인권 문제를 의제로 제시했다. 반면, 평화협정 체제 논의에는 반대했다.

남북 정상 합의 수준 따라 ‘역풍’도

국민들의 ‘학습효과’를 들어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민들은 지난 정상회담이 ‘5억 달러 돈 잔치’ ‘구걸 회담’으로 밝혀진 터라 이번 회담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정상회담 이후 핵문제가 해결되기는 커녕 북한이 핵실험까지 실시한 사실을 놓치지 않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상회담 그 자체 보다는 회담의 의제 및 결과에 따라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벤트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업체 ‘민’의 박성민 대표는 “폭발성 있는 이슈가 되기에는 북한이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연구실장도 “남북정상회담 같은 큰 이슈도 경제 이슈보다는 국민의 관심권 밖에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 정치권에서는 ‘6월 정상회담-범여권 대선승리’ 시나리오가 회자된 바 있다. 6월 정상회담-평화체제 논의→진보세력들의 결집→남북간 군비 축소 협의 진전→대선 직전 징병제를 모병제로 전환→진보세력과 지지세력 집결로 대선승리 시나리오였다.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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