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평화체제’ 논의 의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1일 내달 평양에서 열릴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정전체제를 종식시키는 의미있는 `선언’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선언도 할 수 있고 협상의 개시도 있을 수 있다”며 “협상은 종전(終戰)에서 평화체제로 나아가는 일련의 협상과정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의 핵심의제”라고도 했다.

북한 비핵화 로드맵이 6자회담을 통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좌를 통해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을 넘어 궁극적 목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까지 남북 정상간 합의 내지 공감대를 이끌어내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북핵 문제는 풀려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다음 단계가 중요하며, 다음 단계가 바로 평화정착”이라고 한 대목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이끌고 갈 것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언급이다.

노 대통령이 남북 정상간의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과 자신감을 표현한 데에는 한반도 평화협정의 당사자인 미국 및 중국과의 교감이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지난 7일 호주 시드니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연쇄 양자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으로부터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받아낸 바 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한국전쟁의 종결을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위원장과 서명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 같은 자신의 의지를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고 했고, 이를 계기로 남북정상회담에서의 평화체제 논의는 이미 예고됐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관심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보장할 평화협정과 관련한 선언을 도출해내느냐에 집중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특정한 선언이라기보다는 남북정상이 만나면 결과물로서 어떠한 선언이 나올 수 있고, 그 선언속에 평화체제에 관한 내용이 어떤 수준에서라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별도의 선언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은 남북간 `교전상태’에 종지부를 찍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과정을 거친 한반도 평화체제 출범 과정에 남북한 뿐 아니라 평화체제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는 현실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평화체제 당사국 중 북한을 제외한 한국, 미국, 중국이 최근 연쇄 양자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 교감한 만큼 이번 회담에서의 평화체제 논의는 나머지 당사국인 북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완성시점이 같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이미 유관국들이 북핵 불능화 진전 단계에서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를 하기로 했고, 연말까지 불능화를 완료키로 한 만큼 지금부터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9.19 공동성명과 2.13 합의에서 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을 위한 논의는 별도 포럼에서 진행키로 한 만큼, 본격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착수 시기는 4개 당사국이 머리를 맞대는 시점을 의미할 수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에 대해 김 위원장이 동의해오고, 정상회담 합의문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다면 본격적인 평화체제 논의 시점은 그만큼 빨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평화체제 전환으로의 촉진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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