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의 성공조건…’김정일에게 통첩 보내라’

청와대와 정부가 올 하반기에 남북정상회담 개최 및 한국전쟁 종전선언 등 한반도 안보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형 이슈들을 본격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10일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안보정책실은 “북핵 초기조치 이행과 불능화(disablement)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다양한 검토를 하고 있고, 그 속에 남북정상회담, 4자 정상회담, 종전선언 및 남북평화협정 문제 등이 모두 들어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이해찬 전 총리는 9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예상치 못한 장애가 없다면 금년중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면서 “(청와대가) 의제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 미국의 소식도 전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미국정부는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이르면 올해 말에 북측과 협의를 시작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정부는 미-북간 50여년 간의 적대관계를 공식적으로 끝내기 위해 가능한 방안들을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반도 종전선언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11월 부시 미 대통령의 ‘북 핵포기시 종전선언 서명 용의’라는 하노이 발언 이후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또 2.13 베이징 합의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대두돼 왔다.

그러나 BDA(방코델타아시아) 북자금 송금이 해결되고 IAEA 조사단이 방북, 영변 핵시설 폐쇄 봉인 문제를 논의한 이후 한 미 정부의 발길은 속도를 내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비롯하여 4자 정상회담-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일이다. 남북정상이 만나고 4자 정상이 만나 한반도의 50여년 해묵은 낡은 체제를 진정으로 새로운 평화체제로 전환할 수만 있다면 4자 정상에게 모두 노벨평화상을 수여하고 전세계 지구인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칠 일이다.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북한 핵이 폐기되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가 들어서고 재래식 군비축소도 진행되며, 새 평화체제에서 남북이 서로 오가며 국군포로, 납북자, 이산가족들의 자유왕래와 거주 선택, 남북간 편지, 통신, 전파의 자유로운 교환이 이뤄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게만 된다면 7천만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도 성큼성큼 다가오지 않겠는가. 그렇게 될 수 있다면 정말 강물이 일어나 춤추고 산과 바다도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시원시원하게 갈 수 있는 길을 누가 가로막고 있는가. 미국인가, 중국인가? 아니면, 별 발언권도 없는 일본인가, 러시아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7천만 남북한 주민인가? 그 누구도 아니다. 그 길을 가로막고 핵무기 들고 ‘배째라’며 길에서 드러누운 장본인이 바로 김정일이다.

도대체 핵을 폐기 하는가, 주민들 먹여살리려고 고민을 하는가, 개혁개방을 하는가? 맨날 밥먹고 하는 일이 미사일이나 쏘고, 심심하면 서해 NLL 협박이나 하고, 선전매체들 동원해서 장군님 우상화하면서 ‘나는 밤샘이 습관이다’며 마치 인민들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사기나 치고, 허구헌날 주지육림(酒池肉林)에 기쁨조 파티나 하다가 간단한 병도 엄청난 돈 주고 독일 명의들 불러 치료하고, 때 되면 부하들 남한에 보내 ‘지원 안해주면 신상에 별로 안 좋다’며 협박이나 해대는 천하의 개망나니가 도대체 누군가 하는 것이다. 부시냐, 후진타오냐? 노무현이냐, 아베냐, 푸틴이냐? 그것도 아니면 남북한 7천만 선남선녀, 갑남을녀냐?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김정일인 것이다.

자, 그런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 4자 정상회담 하면서 핵폐기하고 평화체제를 맺는다?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으며 개혁개방으로 나간다? 그래서 김정일이 ‘위대하시고 영명하신 인민의 지도자 김정일’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에 초석을 놓으신 천출명장 김정일’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끈 21세기의 진정한 태양 김정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원한다? 정말 꿈같은 일이다.

물론 지금 한국과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일이 잘못된 게 아니다. 그렇게 추진해서 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정부가 분명히 알아 두어야 할 게 있다. 김정일의 사전에는 핵무기의 완전폐기란 없다는 것이며, 개혁개방도 없다는 것이다. 즉 김정일이 자진해서 돈 받고 핵무기를 폐기하거나 개혁개방 나갈 일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4자 정상회담이 북핵폐기와 한반도평화정착, 북한 개혁개방이라는 목적을 이루려면 사전에 미리 해둘 일이 있다.

우선 한-미 정부가 9.19, 2.13에 기초한 행동대 행동의 프로세스를 지키면 크게 이익을 줄 것이고, 만약 지키지 않으면 앞으로는 단순한 경제제재가 아니라 ‘김정일 당신의 목숨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김정일이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우아한’ 표현으로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것을 해야만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이든, 4자 정상이든 움직이게 되어 있다. 그렇지 않는 조건에서의 남북정상회담은 김정일 입장에서 돈 받고 에너지 받으면 땡이다.

그러니까, 핵폐기-개혁개방의 결단을 먼저 내리고 실제 행동에 들어가며, 4자 정상회담에 나와서 한반도 평화협정을 약속하든가, 아니면 앉아서 정권교체를 당하든가 둘 중 하나를 택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김정일은 강제 정권교체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협이 없이는 핵포기-개혁개방의 길을 택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한 위장 평화, 위장 프로세스가 진행될 뿐이다. 제네바 합의에도 불구하고 HEU 개발을 한 것처럼 십중팔구 또 뒤통수 맞을 수 있다.

그러니까 김정일에게는 당근만 갖고는 안되며, 약속을 어길 경우 매우 혹독한 대가가 치러진다는 사실을 피부에 와닿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한미 정부는 사전에 철저히 공조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중국, 러시아, 일본의 협조를 구하는 국제공조로 가야 한다. 따라서 국제공조의 기초는 한미공조이다.

만약 노무현 정부 단독으로 어설프게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 김정일은 속으로 빙긋이 웃을 뿐이다. 왜? 몇 수 아래인 노무현이 하는 짓이 귀여워 보일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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