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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남북정상회담에 합의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환대는 화해의 신호라기보다는 냉소적인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진단했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자 최신호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를 낮추는 게 신중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유일한 목표는 정권 유지라고 경고했다.
그렇다 해도 영변 핵시설 폐쇄, 6자회담 재개 등 최근 상황으로 볼 때 정상회담의 제한된 목적, 즉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을 설득해 고립상황에서 나오게 하는 데 지금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좋은 시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말로 냉전에서 나올 준비가 됐다고 믿기에는 아직 이르며, 김정일 위원장의 돌연한 환대는 두 가지 냉소적인 정치적 계산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진단이다.
첫째로 김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대북 화해 분위기를 나타내기 위한 무언가를 주는 평양 방문이 북한 내 자신의 입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안다. 노 대통령의 임기는 12월로 끝나고, 여론조사 결과 대북 강경노선을 지향하는 야당이 대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김 위원장은 이런 식으로 한국 정치상황에 개입하기를 원했을 수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해석했다.
두 번째로 김 위원장의 진짜 특기는 협상국들 사이에 불화를 퍼뜨리는 데 있다. 6자회담에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서로 상충하는 목표로 이뤄진 불안정한 연합체이고, 한국은 가장 유연한 상대이다. 일본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본인 납치에 분노하며 좀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유일한 외국 친구인 중국은 북한의 붕괴로 난민들이 중국으로 밀려드는 상황을 꺼린다. 미국도 이 지역의 또 다른 국제위기를 원치 않지만, 김 위원장이 폭탄을 제조하는 것은 막고자 한다. 이처럼 북한 정권은 중국과 소련의 불화, 미국과 중국 간 의심, 한일관계 악화 등 국제 시스템의 균열 속에서 생존해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평양에 갖고 갈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국가 간 불화가 좁혀졌으며, 김 위원장의 어떤 감언이설이나 허세도 이를 넓히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