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만남을 위한 만남은 안돼”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이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는 식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경색국면의 현 남북관계를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정부가 정상회담 추진을 통해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원 원장은 이날 ‘남북정상회담은 물 건너간 것이냐’는 박선영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우리는 항상 대화할 자세를 갖고 있고, 계속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 적십자회담, 군사회담 등 실무회담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상회담은 이런 것으로부터 조성되기는 힘들다”며 “큰 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만남을 위한 만남,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져버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 남북관계의 경색의 주된 원인인 천안함 사건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 등에 대해 북한이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남한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목을 매고 있는 듯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북한은 천안함이 피격된 지 7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한 책임론을 펴면서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또 6자회담 재개 의사를 밝히면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적십자회담 등 유화적 제스처도 결국 쌀 지원과 ‘현금’을 기대하는 눈치다.


또한 올 초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밝힌 이명박 대통령도 천안함 사건의 조사결과가 나온 직후(5.24) “만남을 위한 만남을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때문에 남북정상회담 준비 발언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 원장도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벤트성 정상회담은 안할 것이며, 진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서둘러 진화했다.


때문에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만남을 위한 만남 식’의 정상회담 추진이 아닌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위한 ‘의제’가 논의될 수 있는 정상회담이 준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막혀 있는 남북관계의 ‘숨통’을 틔울 수 있는 회담이 될 수 있다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은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장이 그 정도로 이야기 했다면 비밀리에 진행되어 진척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정상회담을 여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실장은 “정부가 그동안 이야기했던 것처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기조아래 정상회담의 내용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 힘을 쏟아야한다”고 제언했다.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원 원장의 ‘큰 틀에서 논의하자’는 발언은 현 남북의 경색된 관계를 풀어보자는 취지의 발언이었을 것”이라면서 “천안함 사태나 박왕자 씨 피살사건이 선결돼 있지 않은 상황이지만, 북한에 한번 정도 다시 기회를 주어 한반도 문제를 논의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원 원장의 발언은)정상회담을 위한 접촉을 시작하겠다는 메시지로 보여진다. 남북현안 등을 다루는 정상회담 준비는 필요하다”며 “다만 준비단계에서 ‘의제’ 등을 협의할 것으로 보이는 데 성과가 없는 회담이면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량, 비료 지원문제 등을 적십자회담 등에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장관급회담이나 그 이상의 회담에서 정리돼야 할 것이다”면서 “북한 입장에서도 남북간 경색국면보다 후계구도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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