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선언 관광사업 합의 첫 `결실’

현대그룹과 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가 3일 남북 직항로를 이용한 백두산관광과 개성관광에 합의한 것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을 이행하는 첫 구체적 결실이다.

이미 남북총리회담의 일정이 14-16일로 확정됐고, 북한내 조선협력단지 후보지에 대한 남측 민관 실사단이 방북하는 등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들이 하나씩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오는 5일에는 개성 자남산 여관에서 남북 농업협력사업 실무접촉이 예정돼 있다.

현대그룹과 북한아태위간 ‘신속한’ 합의는 관광사업의 특성과 현대그룹과 북측간 인연 등으로 인해 남북정상선언 합의사항가운데 가장 손쉬운 측면이 있다.

특히 새 관광사업 일정을 백두산은 5월, 개성은 내달 각각 시작키로 할 만큼 서두는 것은 북측이 지난 한달간 밝혀온 대로 정상선언의 합의사항의 이행 의지를 거듭 과시한 것이기도 하다.

관광사업에 대한 북한의 관심은 또 중국식 경제특구와 함께 쿠바식 관광개방 모델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최근 동남아를 순방중인 북한의 김영일 내각 총리는 방문국의 의전일정에 따른 것이겠지만, 베트남의 대표적 문화관광지인 하롱베이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각각 1박2일 일정으로 돌아보기도 했다.

현대그룹과 북측 아태위간 합의서는 2년전 북핵문제의 표류와 현대그룹 내부 사정 등으로 인해 대북 관광사업권과 관련해 빚어진 혼선을 정리했다.

현대아산은 2005년 7월 백두산관광을 같은 해 2차례 이상 실시하기로 북측과 합의했었지만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퇴출로 북측과 마찰이 생겼다.

이어 같은 해 10월, 북측 아태위는 2000년 8월 현대그룹과 맺었던 7대 경협사업 독점권 계약 등 합의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고, 이를 전후해 입장료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개성관광사업에 대해 사업자를 현대아산에서 다른 업체로 바꿔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렇게 2년여간 갈등 속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던 대북 관광사업이 지난달 남북 정상이 만나 백두산관광을 위한 직항로 개설에 합의하면서 새 전기를 맞았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지난달 30일 4박5일 일정으로 방북해 북측 아태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을 만나고 백두산지구까지 둘러보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인 결과 이번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일 현 회장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을 만나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의 선임자들에 대해 감회 깊이 추억하면서 동포애의 정 넘치는 따뜻한 담화를 했다”고 전함으로써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지는 현대가(家)와의 인연과 경협 파트너로서 신뢰를 김 위원장이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북 전문가들은 이번 현대그룹의 백두산.개성관광 합의에 대해 정상회담 합의의 이행을 빠르게 진행시키겠다는 남측의 의지와 관광사업을 통한 외화 획득을 노리는 북측의 실리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고 봤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여전히 경제제재 속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관광사업이 외화를 획득할 수 있는 비교적 수월한 통로”라며 북한이 앞으로 중국식 특구 모델과 쿠바식 관광개방 모델을 결합한 경제성장을 노린다면 남북은 경협 분야에서 정상회담 합의내용을 조속히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백두산.개성 관광사업을 (현대 외에) 다른 대상과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대북 관광사업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추동력을 얻었고, 이번 합의는 북측의 합의 이행 의지를 확인한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백두산 관광의 경우 겨울에는 공사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조사단을 파견해 삼지연공항의 상태를 확인하고 내년 관광 개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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