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접촉서 드러난 북한의 의중은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지만 새로운 얘기는 없었다.”

8일 오후 일본 도쿄 시내 아카사카 프린스 호텔에서 90분동안 이뤄진 남북 6자회담 수석대표간 ‘첫 만남’에 대해 우리측 대표단이 내린 대체적인 총평이다.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회의를 계기로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도쿄로 모여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남북 수석대표간 회동은 단순한 상견례를 떠나 이번 회의 기간 이뤄질 수 있는 6자 수석 대표간 비공식 접촉과 회동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로 여겨졌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와 나아가 6자회담 재개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달라진 것이 있는 지 떠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우리측 수석대표인 천영우(千英宇)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에게 ‘조속한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의지가 확실한 만큼 북한이 하루 빨리 회담에 복귀, 미측이 이미 밝힌대로 6자회담 틀내에서 논의를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본부장의 이 같은 설득은 이종석(李鍾奭) 통일부 장관이 지난 5일 북한을 향해 이례적으로 “북한의 자기 판단에 상당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쓴소리’를 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러나 북측은 특별히 새로운 얘기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주장을 되풀이 했다는 의미다.

북측은 그동안 미국이 돈세탁 우려은행으로 지정한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천 본부장은 8일 “6자회담이 처해 있는 상황과 앞으로 회담 재개방안에 대해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히면서도 북측의 입장 변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일본측 수석대표인 사사에 겐이치로 (佐佐江賢一郞)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도 같은 날 오후 북일 접촉이 끝난 후 “우리는 우리 나름의 원칙 입장을 말했으며 북측은 북측의 생각을 말했다”면서 6자회담의 재개 전망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BDA와 이에 따른 금융제재를 둘러싼 북미간 갈등이 6자회담 재개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NEACD 회의 기간 이뤄질 6자회담 수석대표들간의 양자나 다자 회동 가운데 단연 최대 ‘빅매치’는 북미 수석대표간 회동이다.

천 본부장은 김 부상과의 회동에서 10일 도쿄에 도착할 예정인 미측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와의 ‘접촉’을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상 역시 지난 7일 도쿄에 도착해 “6자회담 진전을 위해 양자, 다자간 접촉을 활성화 하겠다”고 밝히고 “NEACD 기간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만남을 피하지 않겠다”며 북미접촉에 대한 희망을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그러나 북미 수석대표가 도쿄에서 당연히 만나지 않겠느냐는 긍정적 기대와 함께 일각에서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관론은 미국이 더 이상 6자회담 틀 밖에서는 금융문제를 논의하지 않으려함으로써 북미가 접촉하더라도 크게 기대할 게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기초한다.

북.미간 입장이 완강할 경우, 우리측의 중재력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측의 ‘주도적 중재역’ 역시 여전히 주목해 봐야할 대목이다.

천 본부장이 “남북이 8일 협의에서 필요하면 추가 협의를 갖기로 했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북미 양측이 서로 긍정적 자세변환을 통해 도쿄 ‘북미접촉’과 이를 통해 6자회담 재개와 진전을 위한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 전세계의 이목이 도쿄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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