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의제와 전망

공동보도문 없이 대화 모멘텀 유지에 그칠 수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엿새 만인 11일부터 나흘 간 부산에서 열리는 제19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지난 5일 북한이 대포동2호와 노동 및 스커드급 미사일을 무더기로 쏘아올린 이후 한반도 안팎의 ‘긴장 지수’가 급상승하고 있는데다 우리측이 미리 의제를 공개적으로 못박은 상태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내용이 종전 회담과는 판이하다.

수 차례의 경고나 설득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한 이상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예전처럼 행동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급부상한 회담 연기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스로 대화의 장을 닫을 수 없다”며 예정대로 열기로 하고 북측에 공을 넘김에 따라 회담 당일까지 북측의 참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전망이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미사일 발사 이후 대북 직접대화의 시발점이라는 데 있다.

공교롭게도 중국 역시 예정대로 11일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북한에 보내면서 평양과 부산에서 일제히 미사일과 6자회담 문제를 놓고 대화에 들어간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우리측은 권호웅 내각책임참사를 포함한 내각 및 대남 라인과 대화하는 반면 우 부부장의 경우 6자회담 단장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비롯한 북측 외교라인을 만난다는 점에서 성격상 차이가 적지 않다.

대남라인은 외교.군사 현안에 대해선 우리측 입장을 수뇌부에 전달하는 ‘일방향’ 성격이 강한 반면 외교라인은 입장교환이 가능한 ‘쌍방향’ 구도이기 때문이다.

이번 장관급회담의 의제는 이미 국내외에 공표한 미사일과 6자회담.

이에 따라 우리측은 미사일 발사를 따지고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데 사실상 ‘올인’하는 회담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북한의 농축우라늄프로그램을 공개하며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지 이틀 만인 2002년 10월 19일 열린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 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하지만 8차 때는 북핵 외에도 철도도로, 개성공단 같은 현안도 논의된 반면 이번에는 미사일과 6자회담에 사실상 국한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달라 보인다.

이미 정부는 북측의 관심사항인 비료 10만t 추가 지원과 쌀 차관 50만t 제공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를 유보하겠다는 입장을 수 차례 명확히 했다. 미사일 문제의 출구가 마련될 때까지 논의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런 기조에 비춰 지난 달 6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열차시험운행을 선행 조건으로 체결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 합의서의 발효 문제를 북측이 제기하더라도 우리측이 아예 입을 닫을 공산이 크다.

미사일 문제에 대해서는 5월 중순부터 세 차례 이뤄진 우리측의 경고를 저버리고 북측이 발사한 만큼 이를 철저히 따지고 경고한 대로 대북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포동 2호와 함께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한 문제도 집중 제기할 전망이다.

스커드 미사일의 경우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 만큼 남북 화해와 협력, 긴장완화를 추구하는 기조에 반하는 데다 결과적으로 국내 대북 여론에 치명타를 날리고 장관급회담 연기론의 배경이 된 상황을 정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의 경우 미사일 문제로 대북 제재론이 들끓고 심지어는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까지 상정되고 있는 국제 정세를 설명하고 조건 없이 조속히 회담에 복귀하는 것이 해법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7일 방한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가 우리측 고위 당국자들을 만난 만큼 북한을 향한 미국의 ‘육성’이 그대로 전달될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북측은 이에 대해 즉답을 피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미사일 주권’을 내세우며 미사일 발사는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이라는 종전 북한 외무성의 입장을 반복하고 북핵문제 역시 미국이 대북 금융제재를 풀면 6자회담에 나갈 것이라고 맞설 것으로 전문가들을 내다보고 있다.

북측은 또 한미군사연습을 포함한 이른바 ‘대결시대의 마지막 장벽들’을 철폐하라는 종전 요구를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북측이 경제 운용에 절실한 쌀 차관을 얻기 위해 내부 조율을 거쳐 6자회담 복귀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쌀 차관 유보는 어느 나라가 취하는 경제제재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일본이 10개의 제재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더 위력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장관급회담에서 보여 온 북측의 태도에 비춰 이번 회담 기간에 반응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렇듯 우리측이 ‘당근’을 거둔 채 ‘채찍’만 들고 나가는데다 북측도 이렇다할 답을 내놓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는 3박4일에 걸친 대화의 결과물인 공동보도문도 내지 못하게 될 공산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한다는 점을 그나마 성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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