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개최 의미와 전망

남북이 15일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을 오는 27일부터 3박4일간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이번 회담의 의미와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회담은 7개월여 만에 열리는 것이다. 지난해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지 6일 뒤에 열린 제19차 회담이 우리 정부의 대북 쌀 차관과 비료 제공 보류조치에 북측이 반발하면서 조기 결렬된 이후 처음이다.

정부는 회담 재개 시기를 놓고 고심해 왔지만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의가 베이징(北京)에서 급물살을 타던 와중인 지난 12일 북측에 장관급회담을 열기 위한 실무대표접촉을 제의, 북측이 하루 만에 응하면서 이뤄졌다.

북측이 우리측의 접촉 제의에 응한 날은 베이징에서 6자회담에서 핵폐기를 위한 북한의 조치와 나머지 5개국의 상응조치를 골자로 하는 `2.13 합의’에 서명한 날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6자회담 결과도 보기 전에 너무 조급하게 움직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그동안 북한의 태도 및 정세 변화를 엿보며 적기를 기다려온 종전 정부의 입장과도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12∼13일 전통문을 주고 받고 이날 실무대표 접촉을 통해 장관급회담 날짜를 27일로 잡는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을 놓고 이미 남북 간에 사전 정지 작업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조기 추진을 위해 정부가 욕심을 부린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과정이야 어떻든 2.13 합의에 이어 남북관계 재개에도 시동을 건 만큼 정부는 앞으로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과 당국회담을 활용한 남북관계 진전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평화번영정책의 두 수레바퀴로 불린 6자회담과 남북회담이 헛바퀴를 돌리거나 아예 멈춰서 있었지만 이제는 두 개 트랙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2005년 5월 남북 차관급회담으로 대화를 복원하고 다음 달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우리측 특사의 `6.17면담’, 그 1주일 뒤 제15차 장관급회담, 7월에는 4차 6자회담까지 이어진 상황이 떠오른다는 목소리도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제16차 장관급회담과 제4차 2단계 6자회담이 각각 평양과 베이징에서 열리면서 `9.19 공동성명’을 낳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장관급회담에 기대를 거는 시각도 적지 않게 나온다.

더욱이 `성년’에 해당하는 20차 회담인 만큼 남북이 대화 복원에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에 새로운 획을 긋는 합의를 이루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단 남북관계에서 풀어야 할 현안들이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우선 북한은 쌀과 비료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지난해 미사일 7발을 쏜 이후에도 회담에 나와 쌀 차관을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관심은 북한이 얼마를 요구하느냐다.

지난 해 보류된 게 쌀 50만t과 비료 10만t인 점에 비춰 보류된 것도 받고 올해 지원될 것도 함께 요구할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에는 북한이 6자회담에서 2.13 합의에 이른 것이나 남북대화에 하루 만에 응한 것은 내부의 심각한 식량 및 에너지 사정 때문이라는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2.13합의에서 초기 5MW 원자로 폐쇄 조치의 대가로 제네바합의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중유 5만t을 받기로 한 것은 남북관계를 활용한 지원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해 보류된 지원량을 계산하지 않더라도 쌀은 2005년의 50만t, 비료는 지난해 35만t을 웃도는 양을 희망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산가족 대면 및 화상상봉 재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도 핵심 의제로 꼽히고 있다. 북한이 우리 측의 쌀 차관 보류에 반발해 이산가족 상봉을 중단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 지난 해 4월 제18차 회담 당시 우리 측은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라면 대북 경제지원에 나설 용의가 있다는 입장을 전달한 만큼 이에 대한 후속 협의가 이뤄질 수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지난해 5월 무산된 남북 열차시험운행이 핵심 의제로 꼽힌다. 이는 지난해 6월 열린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열차시험운행을 전제 조건으로 합의한 경공업.지하자원 협력방안과도 연결돼 있다.

경공업.지하자원 협력은 우리측이 의복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장 중요한 의제 가운데 하나는 군사회담의 개최 문제다.

군 당국 사이의 `군사적 보장 조치’가 없으면 열차시험운행, 임진강수해방지사업, 한강하구 모래채취사업 등 경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으며 군 당국 간 신뢰구축 및 긴장완화 논의도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우선 장성급군사회담 재개 문제가 논의되겠지만 2000년 1차례 열린 이후 한 번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의 개최 문제가 의제로 다뤄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국방장관회담이 열릴 경우 북방한계선(NLL) 문제는 물론 군사 핫라인 설치를 포함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명시된 군사 분야 합의사항의 이행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아울러 이번 회담이 남북정상회담의 징검다리가 될 지도 관심사다.

6자회담에서 비록 초기조치지만 핵폐기 실천조치에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9.19 공동성명에 포함됐던 한반도 평화체제 구성 원칙이 2.13 합의에서 재확인됨으로써 양측의 움직임이 특히 이목을 끌고 있다. 평화체제 논의는 정상회담에서만 제대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