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서 무슨 얘기 오갈까

21일부터 나흘간 평양에서 열리는 제18차 남북장관급회담은 올해 처음 개최되는 장관급회담이라는 점에서 진전이 없는 현안의 실마리를 풀고 올해 남북관계의 방향을 모색하는 성격을 갖는다.

우리측은 납북자·국군포로,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를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철도도로 개통을 포함한 호혜적 경제협력 문제 등에 방점을 찍는 모습이다.

이에 더해 우리측은 최대 안보 현안인 북핵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북한을 6자회담 테이블로 불러들이기 위한 설득 작업도 병행할 예정이다.

반면 북측이 중점 제기할 현안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종전에 경공업 원자재 제공 문제에 ‘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에 비춰 신발, 의류, 비누 등 3대 경공업 원자재를 우리측으로부터 제공받는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납북자 문제는 정부가 대북 경제지원을 연계할 용의가 있다며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인데다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의 남편이 국내 납북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일본측 감정결과까지 나오면서 최대 현안으로 부상한 상태다.

관심은 우리측이 제시할 지원내역과 이에 대한 북측의 반응에 모아진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3월 10일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 발상’을 하겠다고 말한 데 이어 지난 17일에는 “과감한 경제적 지원방식을 제안할 생각”이라고 밝힌 만큼 회담장에서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북측 역시 이 장관이 수차례 납북자 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 지원 의사를 밝힌 만큼 나름의 준비를 하고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명분을 중시하는 전통적 태도에 비춰 인도적 사안과 대가가 연결된 구도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놓을지 미리 짐작하기는 어렵다.

평화체제를 향한 군사적 신뢰구축 문제는 조금 더 복잡해 보인다.

여기에는 그동안 경제와 사회문화교류 중심이었던 남북관계를 정치군사 분야로 확대해 경제와 평화의 균형과 선순환을 이뤄내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가 깔려 있다.

우리측은 이번에 지난 달 2∼3일 제3차 장성급회담에서 서해상 군사적 충돌 방지방안과 공동어로수역 설정 문제를 제기한 연장선상에서 군사당국자 회담을 다시 열어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전망이다.

하지만 북측은 우리측의 해상 북방한계선(NLL)을 겨냥해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문구를 근거로 내세우며 새로운 해상분계선을 설정하자는 입장을 보인 만큼 양측이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북핵 문제의 경우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측 계좌 동결과 위폐 공방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만큼 우리측은 6자회담에 하루빨리 복귀해 대화에 응하는 것이 최선의 해법임을 강조하면서 북측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도쿄(東京)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 기대를 모았던 북미 접촉이 성사되지 못한 이후 남북이 처음 만난다는 점에서 북측의 향후 움직임을 점칠 수 있는 기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도·도로 개통의 경우 장기 미제에 속한다.

2004년과 2005년에 각각 열린 제9∼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철도 시험운행과 도로개통에 합의하고 날짜까지는 아니지만 월 단위까지는 그 시행일정을 마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지난 2월말 열린 제11차 남북 철도도로연결 실무접촉에서 열차 운행에 필요한 자재를 추가로 요구했고 결국 남북은 시험운행 관련 일정을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이런 흐름 때문에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가 이번에도 반복될 지, 아니면 군사당국의 결단에 의해 남북 철도운행의 날을 앞당길 수 있을 지는 명확치 않다.

이 문제는 북측의 거듭된 초청에 따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와도 연결돼 있다.

DJ가 6월에 경의선 열차를 타고 평양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북측의 답이 아직 오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의 방북 문제에 대한 북측의 입장을 분명히 물어보고 그에 따른 답이 있으면 관련 협의까지 하겠다”고 설명, 북측의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경우 일정 협의까지 진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DJ의 방북 희망시기가 6월인 만큼 열차 시험운행을 재촉하는 촉매 역할을 하게 될 지 주목된다.

북측의 관심 현안인 경공업 원자재 지원 문제는 우리측의 북한지역 지하자원 투자개발 문제와 얽혀 있다.

이 의제 자체가 작년 7월 제10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당시 남측이 신발, 의류, 비누 등 경공업 원자재를 제공하면 아연, 마그네사이트, 인정광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북측 제안에 따라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원자재 규모와 대가 상환 방식을 꼽을 수 있다.

북측이 처음에 제시한 규모가 신발 원자재 6천만켤레분, 화학섬유 3만t, 종려유 2만t 등이어서 우리측의 수용한도를 훨씬 웃돌았고 그 후 협의과정에서도 우리측의 유상지원 방식에 거부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월 19∼20일 올해 첫 회담인 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급 실무접촉에서 경공업 원자재를 북측에 총액기준으로 유상 제공한다는 원칙에는 공감한 바 있어 이번에 원칙적인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경공업, 광업을 포함해 농업과 수산업, 임업에 이르기까지 5개 업종을 올해 중점 추진해야 할 대북 신(新)경협사업으로 정한 만큼 우리측이 준비한 새로운 안이 제시될 지 여부도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이밖에도 제12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를 비롯한 이른바 ‘하위회담’의 날짜를 잡는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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