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작가대회 남측대표단 일문일답

다음은 25일 평양에서 가진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민족작가대회’(이하 남북작가대회) 남측대표단(단장 고은)과의 일문일답.

–이번 대회의 성과와 의의는.

▲고은 = 별들의 시간으로 보면 티끌인지 모르지만 민족시간에서 분단 60년은 긴 시간이다. 굴속을 지나서 남과 북의 작가들이 함께 모여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앞으로의 문학을 어떻게 전개시킬지 제반 문제를 이번 인상적인 만남을 통해 완성했다.

특히 백두산의 새벽은 해와 달이 함께 조응하고 남북이 상응해 축복 넘치는 감격의 축전이었다. 이것만으로 우리는 앞으로 두 개의 문학에서 하나의 문학으로 나가는 첫 걸음을 뗐다.

▲백낙청 = 이번에 작가들이 와서 감격적으로 경험한 것이 남북이 벽을 허무는데 엄청난 기여를 할 것으로 본다.

벽을 허물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더 비판적이 돼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벽을 넘어보지 못하고 왕래 못하고서 비판하는 것과, 한쪽 벽이나마 허물고 내왕하면서 비판하는 것은 다르다. 알면서 정당하게 비판하는 것에는 무게가 실린다.

정직한 작가는 비판하다보면 반드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입장을 바꿔 내가 하는 비판이 내 자신에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게 되는 것이다.

꼭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지만 작가를 통해 이뤄지는 변화를 말로써 측량하기 어렵다.

흔히 핏줄을 잇는다는 말이 있다. 비유를 바꾸자면 이제 피를 맑게 하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문제되는 혈액 수치를 정상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작가다.

이번 남북작가대화의 효과는 예측하지 못할 만큼 깊고 크다.

–제2차 대회에 대한 논의는 얼마나 진행됐나.

▲고은 = 일단 작가들이 만나서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점치고 있으나, 그렇다고 분단시대에 쌓아온 문학적 성과를 자기 부정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아니다. 남북은 분단시대 이래 이질화된 문학을 영위해 왔다.

장차 통일시대에는 분단시대 문학을 이질화 시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채로운 문학이 창작된 시대로 보자는 것이다. 이를 딛고 다음 단계 문학의 길을 갈 것인가를 이제 생각해야 한다.

이번 작가대회가 다음으로 이어지면서 구체적으로 문학에 대한 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자기문학의 신념이 때로 충동하거나 상호모순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문학은 이러한 갈등을 통해 새로운 문학의 형상을 만들어 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런 점에서 두 번째 대회는 남쪽의 서울과 광주, 제주도 등에서 열릴 수 있다. 이번 대회에서 평양, 삼지연(백두산), 묘향산에 갔던 것처럼 남쪽의 여러 인상적인 지역을 구상하고 있다. 양쪽에서 진지한 토론을 거쳐 결정할 것이다.

–2차 대회의 구체적 방안은.

▲김형수 = 서울을 비롯 광주에서 열기를 북쪽에서 희망한다. 북쪽에서는 그동안 남북 대회가 열린 적이 없는 전라도 지역을 선호한다.

원래는 이번 대회에서 실무협상을 통해 2차 대회와 관련해 좀 더 진도를 나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여러 어려운 점이 예상되므로 진행상황을 지켜보면서 판단할 문제다. 개최시기와 관련해 속도조절을 하겠다.

서울로 돌아가서 한 달 이내에 민족문학인협회, 통일문학상, 기관지 ‘통일문학’ 발행 문제에 대해 실무회담을 진행하며, 회담은 중국 선양(瀋陽)에서 할 계획이다.

-2차 대회를 내년에 개최하는 것을 낙관할 수 없지 않나.

▲김형수 = 북측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볼 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당초 남북작가대회를 추진할 때 우리는 ‘내면의 교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접촉면이 넓어지면 북측 사회를 속속들이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리라고 봤다. 그것이 1년 이내에 가능할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남측 작가들에게 문학의 크기와 무대를 넓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백두산 행사는 국토 콤플렉스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2차 대회도 명실상부하게 내면의 접촉이 가능한 대회로 진행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북측 작가 50명 이상은 남쪽으로 와야 한다고 본다. 북측은 현 상태라면 올해 안에도 2차 대회가 가능하다고 한다.

▲백낙청 = 이번 남북작가회담은 6.15 공동선언 5주년기념 평양대회와 8.15 서울행사 중간에 개최된 행사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뜻 깊은 행사였다.

이것이 성공해 8.15 서울행사 개최에 큰 힘을 받게 됐다. 2차 대회는 6자 회담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김형수 집행위원장은 신중하게 말하지만 의외로 호전될 가능성도 있다.

▲김형수 = 북에서는 가능하면 올해 중 열자고 한다. 이에 대해 남측은 부정적 입장을 전했다. 커다란 행사를 1년에 두 차례 여는 것은 힘들다.

잔치가 자주 열리면 음식맛이 없다. 2차 대회는 남측 작가 수를 늘리고 북측은 50명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굳이 대회의 방식이 아니더라도 공동취재, 내년 6월 열릴 아시아작가연대회의 등과 연계해 북측 작가의 참가를 유도하는 계획도 잡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2차 대회는 내년 6월 무렵이 바람직할 듯하다.

–주체사상이나 반미사상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북측과 함께 ‘6.15 민족문학인협회’의 기관지 ‘통일문학’을 발행할 때 문학기반이나 목표치가 다를 수 있다. 잡지의 편집방향은.

▲고은 = 반미는 전쟁 이후 북측에서 삶의 원칙이 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최근 느끼기에 체제 지도층이 반미를 관철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6자 회담이 지금보다 나아질 때 반미는 상쇄되리라 본다. 그것이 문학에 영향을 끼친다.

‘주체’가 농성체제에서 타자와 소통을 트는 체제로 바뀔 수 있다. 그럴 때 지금의 문학과 다른 문학을 예상할 수 있다. 나는 고정 불변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주체도 이제껏 내적변화를 겪은 것으로 안다. 다음단계는 어떻게 될지 미지수다.

▲백낙청 = 그동안 6.15 선언 공대위 등의 행사 추진과정에서 북측과 절충한 선례가 얼마든지 있다. 그것은 ‘통일문학’ 편집에도 적용되리라 본다.

▲김형수 = 기관지 ‘퉁일문학’ 문제를 당국에 보고할 때 불가피하게 검열을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찬성한다”고 했다. 편집과정에서 약간의 조절은 필요하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북쪽에서 온 작가가 남쪽 언론에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북쪽에도 본격문학의 흐름이 분명히 있다. 우리가 북측의 주체문학을 염려하는 것처럼 그들은 남쪽의 상업주의 문학을 염려한다.

그런 문제가 양쪽에서 동일하게 드러나면 본격문학의 흐름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런 복안을 당국에 이야기했고,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고은 = 높은 수준의 민족 개념은 이념의 상위에 있다. 이데올로기가 민족을 초월하지 않는다. ‘통일문학’을 편집할 때 이것을 반영해야 한다.

내가 관여하는 ‘겨레말 큰사전’ 편찬 과정에서도 고유어나 방언 등 전래언어를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체제어는 많이 배제할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통일문학’ 편집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느낀 인상적인 장면은.

▲고은 = 함께 술을 맛있게 마셨고, 무엇보다 백두산 행사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백낙청 = 백두산 행사에서 북측 인사가 원고 없이 연설하는 것을 처음 봤다. 그동안 남북 경험에서 볼 때 북측 인사가 공식행사에서 원고 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번 작가모임이 그만큼 자유롭게 진행됐다는 것을 말한다. 북측에서 작가들에게 자유를 준 것이다. ‘작가’는 ‘자유’를 행사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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