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손잡고 평양거리 달렸다”

남과 북이 한데 어울려 평양 거리를 달렸다. 이 길을 함께 뛰기까지 분단 이후 무려 60년이 걸렸다.

24일 평양에서 제1회 오마이뉴스 평양-남포 통일마라톤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광복 60주년과 6ㆍ15 남북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남한 약 150명과 북한 30여명 등 총 200여명이 평양-남포 구간 21㎞를 함께 달렸다.

전날까지 흩뿌리던 비도, 이날 아침 내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자욱하던 안개도 대회 시작 총성과 함께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포근한 날씨 속에서 남북의 마라토너들은 오전 10시10분 경 평양 만경대 구역의 서산축구경기장을 힘차게 출발했다.

초반 1.5㎞ 구간까지 왕복 4차선 도로를 사이좋게 달린 남북의 마라토너들은 3㎞ 지점을 지나며 대형 건물과 상점들이 들어선 평양의 신흥 중심지인 광복거리를 거쳐 왕복 10차선의 청년영웅도로를 달렸다.

이들이 달리는 곳곳에서 평양 시민들도 “힘내시라요”를 외치며 열렬히 응원의 손길을 흔들었다.

이날 남자부문에서는 북한의 윤원성 씨가 1시간9분56초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북한의 송병호 씨와 남한의 원동철 씨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이들 세 사람은 초반부터 월등한 기량으로 앞서나가며 나란히 1~3위로 골인했다.

여자부에서는 역시 북한의 장선옥 씨가 1시간29분19초로 1위에 올랐으며 북한의 임명옥, 남한의 육해숙 씨가 뒤를 이었다.

1위로 골인한 윤원성 씨는 “북남 같은 민족끼리 같이 달리게 돼 기쁘다”면서 “오늘 같은 힘으로 내차 달려서 통일하자”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통일 마라톤이 열리면 꼭 참가하고 싶다”는 소감도 밝혔다.

이날 대회에는 영화 ’말아톤’의 실제 주인공 배형진 군도 참가해 관심을 모았다. 배군은 1시간55분의 기록으로 10위권에는 들지 못했으나, 밝은 표정으로 중상위권에 속해 레이스를 마쳤다.

그 외 남한에서는 가수 김C를 비롯해 여러 마라톤 애호가들이 참여했다.

그러나 이날 대회는 기록과 순위는 중요하지 않은, 승자도 패자도 없는 레이스였다. 참가자 모두 순위보다는 평양 땅에서 남과 북이 함께 뛴다는 설렘과 가슴 벅찬 감동으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출발 전 만난 북한의 김효철 씨는 “통일마라톤인데 다같이 우승이지 1등, 2등이 따로 있느냐”며 이날 마라톤에 참가한 의의를 전했다. 또한 북한의 성병호 씨는 “하루빨리 통일이 돼서 남쪽에서도 마라톤 대회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남한의 이제학(41) 씨는 “평양에서 남과 북이 손을 맞잡고 힘찬 통일을 위한 발걸음을 옮긴 대회에 참가해 자랑스럽다”면서 “완주를 못할 줄 알았는데 한번도 쉬지 않고 뛰어 개인 기록을 세웠다”고 기뻐했다.

이날 북한 민족화해협의회 박경철 부회장은 폐막식에서 “오늘 달린 거리는 비록 얼마 길지 않지만 대회를 통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면서 “6ㆍ15 공동선언이 가리키는 이정표를 따라 우리 민족끼리의 주로로 계속 힘차게 달리자”고 말했다.

또한 이번 대회를 주최한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는 “함께 뛰며 우리는 한 민족임을 다시금 절감했다”면서 “오늘 우리의 가슴속에 타오른 통일의 열기를 더욱 확산시켜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라에서 백두까지 통일의 바람이 불게 하자”고 말했다. 23일 전세기편으로 평양에 도착한 남측 참가자들은 25일 묘향산 등을 관광한 뒤 26일 남한으로 돌아올 예정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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