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걸어온 두 길을 만든 사람들”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60주년이면서 동시에 남북에 두 개의 국민국가가 수립돼 분단이 고착화된 지 6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진보과 보수진영에서는 서로 다른 곳에 방점을 찍는다.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조직된 ‘대한민국건국기념사업회’ 등이 건국 6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학술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는 데 반해 진보진영에서는 건국 60주년에 대한 지나친 의미 부여를 경계하며 분단에 초점을 맞춘다.

계간 ‘역사비평’은 봄호(통권 82호)에서 후자의 입장에서 ‘건국 60주년’이라는 표현 대신 ‘남북 정부 수립 60주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이를 기념하는 특집으로 ‘두 가지 길, 남과 북을 만드는 사람들’을 마련했다.

1948년 남과 북에 서로 이질적이면서도 닮은 두 개의 국가가 수립된 이후 과학, 언어, 문학, 역사, 정치 등 각 분야에서 남과 북의 기본 골격을 만들어간 인물을 대비하면서 남과 북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는 이중 정치 분야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을 비교했다.

박 교수는 식민 시기에 만주 체험을 공유했던 두 사람이 귀국 이후 김일성은 예정된 국가 지도자로, 박정희는 기약 없는 패잔병으로 극단적인 처지에 놓였다가 지도자가 된 이후에는 그 상황이 역전되는 과정을 서술한다.

그는 박정희 집권의 토대를 제공한 것은 결국 김일성과 한국전쟁이었다는 점, 그러면서도 집권 이후 남북 역량이 완전히 뒤집어졌다는 점이 남북 관계의 최대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

박 교수는 “김일성은 박정희 리더십에 패배한 점 못지 않게 민주제도와 민주 세력, 그리고 국제관계라는 복합 요인에 무릎을 꿇었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며 “박정희가 민주세력과 경쟁하는 가운데 김일성에게 승리했다는 점은 민주세력의 도전이 그에게 끼친 긍정적 요인이 얼마나 컸나를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김일수 박사는 역사학 분야에서 남측 이병도의 실증사학과 북측 김석형의 주체사학을 대비한다.

두 사람은 모두 고대사 연구에 큰 영향을 미쳤을 뿐 아니라 단일민족이라는 민족주의적 역사관에 충실함으로써 각각 남북의 정치현실에 기여하는 지식활동을 벌였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김 박사는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민족을 언급하고는 있으나 이는 통일된 시각으로서 민족이 아니라 양극으로 벌어진 두 개의 민족 시선”이라며 “‘같은 역사지만 다른 행보’를 걸어온 남북 역사학계는 학술교류와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역사 연구의 분단 극복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문학 분야에서는 김재용 원광대 교수가 권력의 반대편에 섰던 작가인 남측의 염상섭과 북측의 한설야를 대비하며 두 사람의 문학사적 위치를 강조했다.

또 김근배 전북대 교수는 각각 과학의 국제성과 과학의 주체성을 선도한 남측의 이태규와 북의 리승기를, 이준식 성균관대 교수는 언어의 분단을 최소한으로 막은 남의 최현배와 북의 김두봉을 대비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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