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회담’…북미는 `장외공방’

남북이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개성에서 차관급 회담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미국이 치열한 ‘장외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중단 10개월만에 판문점 연락관 접촉을 통해 남북 차관급 회담을 열기로 결정한 14일 이후 북-미간에 발언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겨냥, 비난 공세를 퍼부었다. 이틀 전인 12일 CNN 대담에서 북한을 ‘무서운 정권’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했다. “북한은 주권국가”라는 그의 발언이 기만술책이라고 몰아붙였다.

평양방송도 15일 라이스 장관이 호전집단의 앞장에서 공화국(북한) 압살의 대오를 몰아가고 있다고 가세했다. ‘호전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톤을 높였다.

우리측과 대화의 문을 연 것이‘온(穩)’의 전술이라면, 대미 비난 공세는 ‘강(强)’의 전술로 보인다.

미 행정부의 대북 공세도 날카롭다.

남북 차관급회담 개최와 관련, 미 행정부는 겉으로는 환영한다며 그 것을 통해 6자회담 재개의 단초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와는 달리 핵심 당국자들의 표정과 말에서 ‘복잡한’ 속내가 비치고 있다.

스티븐 해들리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15일 CNN과 폭스TV에 출연, 난데없이 북한의 핵실험설을 경고하고 나선 게 그 단적인 예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은 문제의 장소인 길주 상공에서 찍은 위성사진에서 확실한 증거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의혹은 이미 잦아든 상태였다.

그럼에도 그의 발언은 특히 모스크바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조심스럽게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분위기가 조성돼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고, 더욱이 그간 익명이었던 것과는 달리 행정부 핵심인사가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공개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설을 경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북핵 한미협의를 위해 13∼16일 방한했던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다소 ‘꼬인’ 표현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힐 차관보는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우리는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풀기를 원하고 있지만 문제는 북한이 (지금) 대화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doesn’t seem to want to talk )”고 했고, 16일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와의 면담전에 ‘남북당국간 회담이 좋은 신호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신호를 기다리는데 지쳤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또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 “우리는 6자회담을 성공시키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것이 결과적으로 다른 옵션(other options)을 예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이스 장관도 이라크 방문후 귀국길인 아일랜드 섀넌에서 북한이 핵으로 국제사회와 대치상태를 할 경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대북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이 같은 북미간 장외공방에 대해 일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 복귀라는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몸값올리기’ 차원에서 대미 강경책을 쓰고 있으며, 미국은 여기에서 밀릴 경우 6자회담에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의식해 강하게 맞받아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이 지난달 초 중국을 통해 라이스 장관의 방북을 요청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이 17일 보도해 눈길을 끌고 있다. 핵과 미사일 문제를 일괄타결하기 위한 북-미 양자협상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미 국무부도 지난 달 하순 힐 차관보의 방북을 검토했으나 철회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며칠새 미 행정부 주요인사의 발언을 뜯어보면 북한을 경계하는 일종의 ‘프레스 가이던스’가 읽혀지며, 그에 맞춰 ‘절제된’ 대북 강경발언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도 지난 14일이후 대미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차관급회담 재개와 함께 민족공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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