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관계 ‘병행발전’ 고리 형성될까

북한 핵신고 문제가 진전을 보이는 가운데 18~19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에 이어 미국이 14일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북.미 6자회담 수석대표의 싱가포르 회동 결과를 사실상 추인, 정체됐던 ‘비핵화 2단계’ 합의 이행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은 북핵 해결을 위한 철저한 공조를 다짐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기싸움 단계에 들어간 남북관계가 북핵상황 진전과 맞물려 전개될 북.미 관계의 호전, 정상회담을 통한 한.미 공조 강화 등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가 한반도 정세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핵 신고 문제를 둘러싼 진전은 우리 정부에 남북관계를 풀어갈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게 제공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핵 문제를 남북관계와 연계한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한 이명박 정부로서는 북핵 문제의 일부 진전을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명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 정상이 대북 압박 메시지를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소식통은 15일 “정상회담에서 한.미 정상은 북핵 상황과 한반도 정세를 평가하면서 6자회담 틀 안에서 한.미가 북핵 해결을 촉진키 위해 철저히 공조하자는 메시지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은 이런 내용들이 직.간접적으로 포함된 큰 틀의 ‘한미동맹 미래비전’의 방향에 의견을 같이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확대.발전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번 회담은 한.미 정상이 대북정책과 관련한 철저한 공조 의지를 확인함으로써 ‘통미봉남’을 꾀할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에 무언의 메시지를 주는 효과도 거두게 될 것으로 정부 소식통들은 내다봤다.

결국 한.미 정상회담 후 이 대통령이 연초 언급한 ‘남.북.미 관계의 병행 발전’ 구도 중 한.미, 북.미 관계는 어느 정도 정상 궤도에 올라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한.미, 북.미 관계의 좋은 흐름 속에 남북관계까지 선순환 국면에 들어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을 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낙관적 기대를 하는 쪽에서는 북한이 비록 이명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남측 정책을 비난했지만 총선과 정상회담 이후 남한 정부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대남 행동의 방향을 재설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총선이 끝나고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있는 상황 속에 남한 정부도 실용주의 대북정책의 실체를 보여줄 때가 됐다”면서 “그 정책의 실체가 드러나면 북한의 반응이 새롭게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민간 영역이 결부되는 인도적 대북지원, 이산가족 등 문제부터 논의하면서 서로 체면손상 없이 자연스럽게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주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 남북관계는 일시적으로 냉각기를 거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우선 우리 정부로서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가려는 노력은 하겠지만 북한이 대화제의를 해오기 전에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현 남북관계의 갈등을 조정기의 현상으로 규정, 의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나 북핵 문제의 해결과 북한주민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면 대화에 나설 것이라며 사실상 ‘조건부 대화’를 제의한 점은 한동안 기존 대북정책 원칙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선 ‘선 북핵 해결’의 기치 하에 호혜적, 상호주의적 남북관계의 틀을 새롭게 짜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남북대화를 조기에 정상궤도로 올려 놓을 필요성 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또 북한도 지난 1일 노동신문 논평원 글을 통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공식 반대입장을 피력한 만큼 남한 정부의 입장 여하에 관계없이 한동안 남측과 대립각을 세우며 대북 정책을 흔들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다.

북한이 대남 입장을 공식화하기 전만 해도 한.미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의 새판짜기에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지만 이미 서로 한차례 멱살을 잡고 난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신 안보연구실장은 “정부도 그간 밝힌 대북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이고 북한도 남측이 한.미 정상회담 후 대화 제의를 하더라도 당장은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당분간 남북간 민간 교류는 맥을 이어가겠지만 당국간 대화 재개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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