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미 `연쇄 양자회동’

제4차 6자회담을 앞두고 24일과 25일 남.북한과 미국 등 삼자가 돌아가며 연쇄 양자회동을 갖는 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 정부 대표단이 주도적으로 스타트를 끊은 성격이 강하지만 북한과 6자회담 재개 합의를 이끌어 낸 미국의 적극성과, 남북관계의 유용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 등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핵 문제의 실질적인 진전을 위해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을 강조해 온 우리 정부의 의지가 주효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지난 5월 16일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6.15 대북 특사 파견을 제의하고, 6월 10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합의하는 긍정적인 흐름의 연장선에서 이런 움직임을 파악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 후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대통령 특사의 평양 면담, 지난 달30일과 7월1일 리 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과 조셉 디트러니 미 대북협상대사의 뉴욕 접촉 등에 이어, 지난 9일 6자회담 재개를 이끌어 낸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의 베이징 접촉이 숨가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회담 참가국들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공감하고 있는데다 이번에 진전을 보지 못할 경우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공동의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 이에 따라 남-북-미 ‘삼자’간 양자 연쇄접촉에 이어 회담일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한일, 한러, 한중, 미일, 미중, 북중 등 참가국 간에 동시다발적인 양자접촉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 남북 접촉 = 24일 오전 11시(현지시간)부터 100분간 가진 남북 접촉은 이번 6자회담에 앞서 다각적인 양자접촉의 테이프를 끊었다.

남북 사이에 상호접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위에 이심전심으로 이뤄진 이 접촉은 이번 회담에 임하는 서로의 입장을 파악하는 탐색전의 성격도 있었지만 최근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남북관계에 걸맞게 남북 양측 대표단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통상부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6자회담 상견례를 겸했던 이날 접촉의 분위기는 그런 대로 괜찮았다는 후문이다.

우리측에서는 14일 서울에서 있었던 한미일 3자 고위급협의의 결과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은 선핵폐기의 부당성에 대한 종전 입장을 견지했지만, 3차 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 정부가 입안한 200만kW 대북 송전계획인 ‘중대제안’이나 북한이 주장한 핵군축 문제에 대해서도 대화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로의 입장을 감안, 심각한 수준까지는 들어가지 않았다고 정부 소식통들은 전했다.

송 차관보는 남북접촉에 대해 “양측은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야 하고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실현하기 위한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말해 비교적 긍정적이었다는 평가를 낳았다.

양측은 이번 회담 기간에 이 같은 형태의 접촉을 자주 갖고 문제 해결 및 성과 도출에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북한도 회담기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동의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 한미 접촉 = 양국은 25일 오전 8시부터 90분간 한국대표단 숙소인 중국대반점에서 양자협의를 갖고 26일 개막되는 제4차 본회담에서의 대응 방안을 조율했다.

이 접촉은 전날 남북 접촉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우리 대표단의 ‘메신저’ 역할에 두드러졌다.

정부 대표단 관계자도 “우리측은 어제 남북접촉 결과를 설명하고, 미국은 어제 중국과의 만찬 협의 결과를 얘기했다”면서 “이를 토대로 어떻게 이번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지 추가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와 미국이 각각 최근에 양자외교를 통해 활동한 결과를 주고받은 것이다.

이날 접촉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북 안전보장 문제와 직결돼 있는 북한의 핵군축회담 주장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 차관보는 협의를 마친 후 “생산적인 진전을 내는 방안을 충분히 논의했다”고 밝혔고, 힐 차관보도 “한미 간에 충분히 협의했고 이번 회담에서 이뤄야 할 목표에 대해 많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런 반응에 비춰 우리측은 대북 ‘중대제안’에 따라 북한의 핵포기시 대북 송전이 이뤄질 때까지 3년간, 미국을 포함한 나머지 4개국이 북한에 중유을 제공하는 것과 관련, 미국의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관측됐지만 미국의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아울러 중대제안을 북핵 해결을 위한 로드맵에 적절히 끼워넣어 향후 협상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북미 접촉 = 회담 개막 전에 북미 접촉이 성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6자회담에서의 북미 접촉 사례를 봐도 그 시사점이 적지 않다.

2003년 8월 1차 회담에서는 북미 양자 대면이 이뤄지기는 했으나 그 장소가 전체회의장 구석 소파였고, 작년 2월 2차회담에서는 1차와는 달리 만남의 장소가 별실로 격이 높아졌지만 테이블도 없이 의자를 놓고 앉아 의견을 교환하는데 그쳤다.

또 지난 해 6월 3차회담에서는 별실에서 의자와 테이블을 갖추고 두 번 만났다.

하지만 이런 종전의 만남은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협상’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이다.

2003년 8월 27일 1차회담 첫 날 당시 북한 수석대표였던 김영일 외무성 부상이 회담장 구석 소파에서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차관보에게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며 쏘아붙인 일화도 이런 평가와 무관하지 않다.

힐 차관보는 이번 접촉에 대해 “북미 양국이 만나 각자 가져온 노트를 비교하고 회담 진전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그동안 6자회담 틀내 북미 접촉이 이번에는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6월 10일 북미간에 핵포기시 ’보다 정상적인 관계’로 개선을 추진할 용의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미국측이 북한의 양자협상 희망에 대해 6자 틀내 원활한 북미 양자접촉을 약속한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9일 양측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와 김계관 부상이 베이징에서 만나 회담 재개에 합의한 것은 이런 흐름의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이날 접촉에서 북미간에 보여온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현재 미국은 지난 해 6월 제3차 회담에서 제시한 안에 대한 답을 북한에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북한은 ‘2.10 선언’을 통해 핵무기 보유국이 됐다는 상황변화를 내세워 핵군축논의 주장을 꺾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비핵화의 범위를 놓고도 미국은 모든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요구하는 반면 북한은 여전히 동결 대상을 ‘핵무기’로 국한하고 있는 것도 난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 양측은 이날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겠지만 탐색전임을 감안해 민감한 부분은 일단 서로 건드리지 않고 ‘우회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나아가 양측이 한반도 비핵화와 6자회담의 실질적인 진전이라는 회담 목표에 대해 이견이 없는데다, 전례 없는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만큼 회담 전망이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회담장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베이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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