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물류 ‘설계사’ 김영윤 회장

“물류를 통해 남북을 연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방향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사단법인 남북물류포럼의 김영윤(56) 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향후 남북 간 물류 교류는 계속 추동력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김 회장은 2004년 12월 남북경협.대북지원 실무자들과 함께 남북물류포럼을 창립해 20여 차례의 조찬포럼과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포럼은 이전까지 기관별로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남북물류 연구를 통합하고 다양한 경험과 아이디어를 모아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물류 싱크탱크’. 처음 30여 명으로 출발했던 모임이 이제는 30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북지원 중심의 정책이 주류를 이뤘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북한이 개발.개방 전략을 편다면 물류 쪽으로 남북협력이 중요하게 떠오를 것입니다. 물류 분야는 사회간접자본 구축과 맞닿아 있는 만큼 협력의 가능성도 큽니다.”

김 회장은 최근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 재개와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합의 등을 긍정적인 신호로 평가하면서 평양까지 육로운송, 북한의 항만 개보수 등 많은 비용이 드는 협력사업에 장기적인 국가 전략을 세울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북핵 문제가 긍정적인 가닥을 잡아가면 동북아시아 각국은 물류 분야에서 경쟁과 협력관계로 나아갈 것”이라며 “큰 그림에서 남.북.중.러가 협력하는 동시에 교역과 유통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와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충분한 발전 잠재력을 가진 인천이 ‘환 황해권’의 중심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개성공단 제품이 인천을 통해 대규모로 수출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내다봤다.

또 중국 단둥(丹東)은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북한 라진항은 러시아와 일본을 잇는 ‘환 동해권’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남북 간 물류 기반시설의 격차가 커 협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낙후된 북한의 시설을 극복하는 데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북한이 얼마나 개혁.개방에 나서고 국제경제에 동참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를 위해 우리가 북한 체제를 얼마나 보장하고 인정하느냐도 중요하다”며 “북한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핵문제 해결과 함께 북한이 체제에 대한 확신을 갖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4-5년 후에는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북한을 예상할 수 있다”면서 “3년 내 개성공단에 300개 기업이 입주한다면 10억 달러 규모의 생산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그러나 “기업들은 (대북 투자에) 관심은 많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안 나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선 북한에 대한 정보를 되도록 많이 확보하고 사업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북측 파트너를 제대로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측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력사업을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북한이 확실히 시장을 열지 않은 상태에서 남측 기업이 책임지지 못할 제안을 해 협력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는 악순환은 끊어야죠.”

또한 남북경협이 대북 지원적인 성격이 강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 스스로 일어서고 제도적인 개혁을 이뤄낼 수 있는 경제협력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개성을 지나 평양, 신의주로 이어지는 육로를 여는 일에 남북물류포럼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이 길이 뚫리면 남북 간 물류의 흐름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지고 북한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대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독일에서 경제통합을 연구할 당시 독일통일의 흥분된 분위기와 부러움을 잊을 수 없다”면서 남북 경제공동체 형성과 관련된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덧붙였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