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총괄 통일부 ‘北, 10만t 요청설’에 흔들

우리 정부가 지난달 16일 진행된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측의 식량 지원요청에 대해 인도적, 동포애적 차원에서 옥수수 1만t 지원을 결정했지만 북측과 협의 과정에 대한 논란이 끈이질 않고 있다.

통일부와 실무접촉 수석대표는 실무접촉 직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이 남한에 인도적 지원을 요구해왔지만 지원 품목과 물량 등 구체적인 요구조건은 제시하지 않은 채 추후 검토 후 지원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후 26일 대한적십자사(한적) 측은 북한의 지원요청에 대해 옥수수 1만t, 분유 20t, 의약품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 당국의 설명과 다른 ‘협상과정’ 내용이 다른 곳에서 흘러 나오면서 통일부의 설명만을 듣고 있었던 기자들을 당혹케 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남북적십자 실무접촉에서 북한이 식량 10만t 지원을 요구했고, 이에 대해 한적 측은 그 10분의 1 분량에 해당하는 옥수수 1만 t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는 구체적 요구조건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통일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 당시 실무접촉에서는 한국이 북측에 옥수수 1만t 지원에 대해 함경북도에 전달되도록 요구조건을 내걸었다고도 밝혔다.

이같은 발언 내용에 대해 통일부는 “북측은 우리측에 대해서 인도적인 지원을 요청했지만 인도적인 지원을 요청하면서 구체적인 품목이나 수량은 제시하지 않았다”고 재차 종전 입장을 확인했지만 관련 발언이 나오는 데 적지않게 당혹스러워 했다.  

관련 발언에 대한 진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질 쯤 또 다른 문제가 불거졌다.

유종하 한적 총재가 4일 북한에 보낼 의약품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제약회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지난달 16일 남북 적십자 실무 접촉 당시 “우리 정부 차원에서 우선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겠다고 밝히자 북측이 ‘좋다’라고 받았다”고 밝히고 “의약품과 분유 지원은 적십자가 맡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발언이 언론에 알려지자 한적 측은 즉각 부인했다. 한적은 해명자료를 통해 “‘남북적십자 실무 접촉 때’라고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지난 26일 대북통지문에서 옥수수 1만t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내용이고, 북측이 ‘좋다’라고 밝힌 것도 ‘북측이 받았으며 이러한 것들은 좋은 것이다'”라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한적 측의 이러한 해명은 뭔가 궁색한 느낌이다. 말실수로 보기에는 그 의미가 너무 분명하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발언이 나온 다음날 ‘실무접촉 내용은 과거 설명과 다르지 않다’고 재차 부인했다.

정부 핵심 당국자와 한적 측의 발언이 사실일 경우 통일부의 해명은 거지말이 된다. 당국간 실무접촉 내용이 비공개 원칙이라는 것과 거짓말은 동의어가 아니다. 
접촉 내용 공개가 남북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공개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 

이 문제의 사실관계를 떠나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남북관계를 총괄하고 있는 주무부처인 통일부의 권위가 상당히 실추됐다는 점이다.

통일부의 설명대로 지원 규모와 품목에 관한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면 이와 다른 핵심 당국자의 발언에 대해 즉각적인 해명을 요구했어야 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이 또한 미지근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눈치보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북한과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통일부가 남북관계 현안문제를 내부에서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만 남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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