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문제 논객’ 정세현-이동복 격돌

경색된 남북관계의 해법을 모색하는 한 토론회에서 각각 보수와 진보진영의 대표적 남북문제 ’원로 논객’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한치의 양보없이 격돌했다.

두 사람은 10일 평화문제연구소와 독일의 한스자이델재단 공동주최 정책토론회에서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각각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지만 그 방향은 전혀 달랐다.

토론회는 시작부터 열띤 공방을 예고했다.

사회를 맡은 이봉조 전 통일부 차관은 “여기 계신 분들은 구체적인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의 전문가”라고 운을 뗀 뒤 “중국 표현에 ’홍전(紅專)’이라는 말이 있다. ’홍(대중성)’과 ’전(전문성)’의 인재를 구분해서 등용한다는 말인데, 그만큼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균형잡힌 시각에서 주제에 맞게 적절히 토론해 달라”고 강조했다.

먼저 발표한 이동복 대표는 “동일한 정치철학 속에서 이뤄진 정권교체라면 당연히 정책이 계속성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이번 정권교체는 그렇지 않으므로 “대북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방황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하고 “우선 대북정책의 기본적 문제들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고 짚어봐야 한다”며 지난 10년간이 대북정책에 대한 백서를 만들어 이를 토대로 정책의 지속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검토’라고 말했지만 “지난 10년동안 ’좌파 정부’ 아래에서 통일정책이 없어져 버렸다는 것, 6.15공동선언은 헌법을 위반하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뜨렸다는 것이 문제”라고 주장하고 “6.15선언은 국가적 차원의 입장을 재정리하기 전까지 이행할 수 없고 지난해 10월 내놓은 ’대북 경협 프로젝트’(10.4선언)도 이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6.15공동선언과 10.4남북정상선언을 부정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나선 정세현 전 장관은 “우리가 절해고도에 살고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있겠지만 우리를 둘러싼 정세는 시간과 여건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현 정부는 지금 상태를 전환기적 조정국면으로 보는 것 같은데 이는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치라고 하는 것은 상황의 결을 따라서 조각하는 것”이라며 “한반도는 지정학적 특수성 때문에 남북의 정치적 유불리가 수시로 바뀌는 가운데 ’모순의 양 날개’처럼 서로를 부정하면서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자 주변국들이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을 감안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정부의 ’비핵.개방.3000’ 정책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갑을관계’적 발상 때문”이라며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갑을관계적 시각을 ’여야 관계’적 시각으로 바꿔 경합과 협력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동복 대표는 추가 발언을 통해 “정 장관이 북한을 보는 시각에서 저와 큰 차이가 난다”며 “북한 사람의 의견, 생각을 대변해서 말씀해 주시는 것 같아 충격을 받는다”라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비판했다.

이에 곧바로 정세현 전 장관은 “여러번 (이동복 대표와) 토론회를 같이 했지만 오늘 굉장히 과격하게 말씀하시는데, 방금 발언은 사과하셔야 할 말”이라며 “저는 역대 정부에서 일했던 사람인데 어떻게 그런 표현을 쓰느냐”라고 사과를 요구했다.

두 사람의 논쟁은 그러나 다른 발표자들의 발표와 토론이 길어지고 토론회 후 예정된 다른 일정때문에 더 이상 비화할 기회가 없었다. 두 논객은 토론 후 미소로 악수를 나누고 헤어졌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