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러 가스관 협의, 南北관계 빗장 풀까?

김정일이 북·러 정상회담에서 남·북·러 3국을 잇는 가스관 사업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인 데 이어  남·북·러 간 11월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가스관 사업을 매개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30일 한 특강에서 “가스관 사업이 한·러시아 간에 합의됐고 북·러 간에도 합의돼 이제 3자 실무자들이 모여 합의하면 남북가스관 사업은 이뤄진다”며 “한국과 북한, 러시아 3자가 올 11월쯤이면 협상을 하게 될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그러면서 “가스관 사업으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지평이 열릴 수 있다”면서 TSR(시베리아횡단철도)사업도 구체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북한은 그동안 내부 지역을 관통하는 가스관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지만,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서 태도 변화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러 기간 김정일을 수행한 이사예프 러시아 전권대표는 “김정일이 러시아와 남한이 천연가스 공급과 관련한 협정에 서명하면 가스 수송관 건설을 위해 영토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 역시 가스관 사업이 주는 막대한 경제적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러시아와 접촉을 이어오고 있다. 한러는 지난 2008년 9월 가스관 사업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해 가스관 사업과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 등을 위한 남·북·러간 3각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북한이 가스관 사업에 적극성을 보임에 따라 국내 일각에선 이번 사업 추진이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도 가스관 사업을 위한 남·북·러간의 접촉이 남북관계 및 6자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가스관 사업은 일개 부처가 아닌 범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장기 프로젝트 사업”이라면서 “가스관 사업 추진과정에서 남북간 협의는 없어서는 안될 사안이기 때문에 통일부도 이 사업의 관련 부처”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 프로젝트인 가스관 연결 사업이 현실화되기까지는 남·북·러 3국뿐 아니라 남·북, 남·러간 합의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한 만큼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가스관 사업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가스관 건설과 관련 컨소시엄에는 참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가스 통과 수수료와 영토 임대에 따른 수익만 챙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가스관 사업은 남북관계 개선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를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 경협을 새롭게 시작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북핵 문제 또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29일 남북관계발전특위에서 “가스관 사업은 러시아와 북한과의 문제만이 아니고, 한국까지 연결되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남북 간의 진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며 가스관 사업에 앞서 남북관계 신뢰가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부 소식통도 “북한은 가스관이 내부 지역을 관통하는 문제를 상당히 민감하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실제 가스관 사업이 진척될지 두고 봐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가스관 사업은 장기적인 사업으로 설치 기간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남·북·러간 합의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아직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 사업이 남북관계를 좋은 방향으로 견인해 낼 것이라는 기대는 성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