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화 ‘가시권’..변수 남아

남북 간 대화 분위기가 점차 익어 가는 모습이다.

물론 우리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임진강 참사’가 남북관계에 대형 악재로 자리하고 있지만 북한이 남측에 유화 제스처와 함께 대화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이를 마냥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속내는 차치하고 강경 일변도이던 북한의 태도는 지난 7월 이후 ‘유화’쪽으로 선회했다.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2차 핵실험 강행으로 한껏 한반도 위기지수를 올렸던 북한은 7월초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도발행위를 거의 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평양 초청,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 석방,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조문단 파견, ‘800 연안호’ 선박.선원 석방 등 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대남 유화제스처를 잇따라 내놨다. 가히 ‘유화 공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수준이었다.

북한은 특히 지난 10일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 5% 인상안을 제시함으로써 기존에 제시한 300달러로의 인상 요구를 사실상 철회했다. 지난 7월 이후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 보이는 유화 행보의 일환이라는데 이견이 적다.

또 북측 개성공단 지도기관인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관계자들이 최근 우리 쪽 인사들에게 ‘개성공단과 관련한 회담을 재개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언급을 함으로써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대남 대화도 제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북한이 미국과 일본을 향해서도 나름 맹렬히 대화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미국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가국의 컨센서스를 바탕으로 이에 답변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변수다.

필립 크롤리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11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앞으로 2주일 내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혀 그동안 ‘좋아질 듯’하면서도 사실상 별 진전이 없던 북미관계에 나름 변화가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북한은 또 최근 정권교체가 이뤄진 일본에도 화해 제스처를 보내고 있어 조만간 북일관계도 호전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러한 국제정세 변화는 지난 5월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강경한 제재로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던 북한으로서는 고립에서 탈출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분석이다.

다시 말해 북한으로서는 국제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런 기회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남한과의 관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북한도 남한과 ‘껄끄럽지 않은’ 분위기를 조성해놓아야 유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북대화를 위해서는 당장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았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국민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 황강댐 방류의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고 북측의 사과나 유감 표명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게 그것이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와 관련, “아직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며 매우 신중한 입장이다.

결국 관심은 북한의 다음 행보에 맞춰진다.

한 관측통은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임진강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오면 남북관계는 대북 국제기류에 맞춰 호전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북한이 이번 사건을 어물쩍 넘어가려 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오히려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