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시대 軍을 소비조직으로 봐”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11일 열린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소집된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군의 일부 부정적 현실에 대해 강하게 지적하며 군의 안보의식 강화를 주문했다.

이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6․25전쟁에서 ‘제2연평해전’에 이르기까지 우리 군이 보여준 희생정신과 평화유지임무의 성공적 수행 등의 성과를 언급한 뒤 “이런 성과 이면에는 군 자체의 어두운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항상 북한의 현존 위협에 우선적으로 대비해야 했기 때문에 그때그때 나타난 취약점을 보강하는 처방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우리 군의 완전성과 효율성을 저하했다”고 평가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국방)개혁 움직임은 있었지만 10∼20년을 뛰어넘어 미래를 포괄한 개혁은 없었다”며 국방개혁과 관련해 우리 군이 느껴왔던 소회를 간접적으로 밝혔다.

그는 “굳건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 유지의 1등 공신이지만, 확고한 한미연합방위체제에 의지하다가 전투형 군대보다 행정형․관리형 군대의 모습을 띄게 된 부작용이 생긴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과거에는 전문성을 고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 위주의 인사가 아니라 출신별, 기수별, 병과별 위주의 행정적 인사가 이뤄져 왔다”고 지적하며 “우리 군이 전투형 군대가 아닌, 관리형 군대로 변질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긴장된 분위기속에서 군의 혁신을 요구하는 이 장관의 발언은 우리 군의 ‘안보의식’에 대한 지적으로 이어졌다.

이 장관은 “사회적으로 남북 교류협력의 시대가 도래 하면서 곳곳에서 안보의식이 헤이해지고 군을 소비적 조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며 “심지어 ‘강한 군대’보다 ‘편한 군대’를 선호하고 마치 편한 군대가 민주군대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어설픈 상식과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한 아마추어리즘’, ‘구호성 부대지휘’ 등을 예로 들며 “구시대의 패러다임에 얽매여 미래를 향한 발전보다는 현실에 안주해 오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런 어두운 그림자를 없애고 군이 새로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고 지금이야말로 20∼30년 후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모두발언을 마친 뒤 이 장관은 우리 군이 지향해야 할 미래 비전으로 ‘정예화 된 선진 강군’을 제시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설정한 8대 국방정책기조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이 장관은 ‘국방개혁 2020’에 명시돼 있는 국방부 현역 직위의 다수를 민간인으로 대체하는 국방 문민화 계획을 밝혔다.

이 장관은 “국방 문민화란 군이 전투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 정비, 수송, 시설, 토지, 환경 등과 같은 비전투분야에 대한 관리업무를 문민이 담당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군인들은 오로지 전투만을 생각하고 준비하며, 실전적으로 행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불완전한 수십 개 사단보다는 비록 부대 수는 적더라도, 기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완전성을 갖춘 군대가 필요하다”며 현행 68만 수준인 육군 병력의 숫자에 급급하기보다는 전투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군대를 육성하는 데 국방개혁의 역점을 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편,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 장관이) 군의 발전과 반성을 동시에 언급한 것은 앞으로 창조․실용적 군대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예하부대 지휘관들에게 이에 동참해 줄 것을 직접 당부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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