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광, 北외화벌이 아닌 ‘개혁·개방’ 유도해야

국가간 관광교류 사업은 상대국가에 대한 이해와 교류협력 증진에 기여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오고 있다. 남북간 관광교류협력은 분단의 벽을 허물고 화해협력을 조기에 실현시키는 방안 중에서 가장 비정치적이며 경제효과가 큰 협력 사업이 될 수 있다. 특히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 중 관광협력 사업이 한반도의 평화를 창출하고 남북간 지역개발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로마 교황어록에는 “관광은 세계평화를 구현하는 인류의 진정한 힘”이라고 하였으며, “지구상의 갈등을 해소하는 궁극적인 치료요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인간소통의 가장 강력한 행위이자 인간이 상호 소통하고 이해하는데 관광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언급되어 있을 만큼 국가간 분쟁지역이나 분단국가에서 그 역할은 더욱더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UN은 1967년을 ‘국제관광의 해’로 지정하면서 관광을 평화의 패스포트(passport)라고 규정한 바 있다. 21세기는 개방화, 국제화, 세계화의 시대로서 지구촌을 아우르는 생활규범이 필요한 사회이다. 여기에 국가간 관광교류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간 관광교류 사업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독재국가인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고 정상국가로 유도할 수 있다.

1969년 10월 28일 서독의 빌리 브란트 수상이 발표한 동방정책은 접촉을 통한 변화라는 주요내용 중에 동서독 주민간 여행을 추진하는 등 인적교류정책을 가장 추진했다. 이를 계기로 1972년 동서독 간에 기본조약이 체결됨으로써 문화관광교류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되었다. 이로 인해 동서독은 통일이 되기까지 약 1천만 명이 넘는 인적교류가 진행됐다.

오는 11월이면 9주년을 맞이하는 금강산관광에 이어 시범관광과 비정기적인 관광을 이미 실시한바 있는 평양과 개성, 그리고 백두산관광 등이 가까운 장래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당국은 상생차원에서 남북관광공동체를 추진함과 동시에 미래 산업인 관광을 남북간 성장전략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관광, 지구상 갈등 해소하는 치료제 될 수 있어”

북한은 풍부한 자연적, 문화적, 역사적 그리고 사회적 관광자원을 연계시켜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을 검토 할 때이다. 북한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광산업은 아직도 초보적인 수준이다. 기본적인 관광인프라도 열악한 상황이므로 남한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통한 종합적인 관광산업발전계획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남북간 관광교류사업은 한마디로 실패한 대표적인 사업이다. 11월이 되면 9주년이 되는 금강산관광은 시도 때도 없이 위기에 처해 예측 불가능한 사업으로 아직도 적자운영 중이다. 금강산관광사업을 위해 9억4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을 관광대가로 합의했고, 개발업자와 협력업체는 관광인프라와 시설에 수천억 원을 투자하였다.

그리고 1천억 원이 넘는 혈세를 지원했는데도 불구하고 경제마인드가 부족한 북측의 정치 논리와 정경유착 등으로 금강산관광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북 관광사업 독점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해 아직까지 북측에 약 4억 달러 관광대가 등이 미지불된 상태이다. 또한 묻지마식 대북지원(약 98억 원 규모의 현물)으로 몇 십억 원의 혈세를 이미 허공에 날린 백두산관광사업을 재추진하기로 합의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건설교통부와 통일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관광객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위해 삼지연 공항 개발 등에 약 2천8백억 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두산관광은 1년에 4개월만 가능하다. 이러한 사업에 국민들의 동의 없이 천문학적인 혈세금을 쏟아 부어선 안 된다. 앞으로 대북 관광은 퍼주기식 대가를 자제해야 하며, 이미 관광지 개발을 위해 지원한 원자재가 어떻게 잘 못 쓰여 졌는지도 반드시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남북한이 궁극적으로 통합의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를 견인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 바로 관광산업이다. 그러나 관광지 일대를 철책선을 설치해 북한 주민들의 접근을 원천 봉쇄하는 것으로는 개혁개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이 같은 관광 사업은 단지 북한 당국의 외화벌이용밖에 되지 않는다. 금강산관광처럼 북한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남한 관광객들의 눈요깃거리만 만들어주는 관광은 우리의 이기적인 욕구충족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