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5개년 계획 유효성 `논란’

22일 국회에 보고된 `제1차 남북관계 발전 기본계획’에는 향후 5년 간(2008∼2012년) 남북관계를 끌고 가기 위한 정부의 원칙과 목표, 사업방향 등이 담겨 있다.

작년 6월 시행된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것으로, 이 법은 5년마다 남북관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 시기가 미묘하다. 임기가 채 석 달도 남아있지 않은 참여정부가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을 작성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기본계획은 전적으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평화번영정책에 따라 만들어졌다.

차기 정부의 성격에 따라 이 기본계획을 충실히 따를 수도 있지만 완전히 상이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임기 말에 이 같은 기본계획을 작성하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동의를 거칠 필요도 없으며 보고만 하면 된다.

특히 첫 5개년 계획이 임기 말에 짜여지면서 대통령 임기 등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도 정권 말마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을 담은 기본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곧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난다는 점에서 고민이 없지는 않았지만 법에 의해 행정부에 주어진 의무를 굳이 회피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5개년 계획 수립은 당초 정부 입법 안에는 없었는데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남북관계를 보다 투명하게 끌고 가라는 취지에서 삽입됐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기본계획은 상황변화가 생기면 남북관계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언제든지 수정.보완될 수 있다”면서 이번에 보고된 기본계획이 차기 정부의 정책을 구속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기본계획 수립의 취지가 `대북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있으니 정치 일정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기본계획 수립의 취지가 정권교체 등 정치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고 일관성있는 대북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기본계획도 여야 추천 전문가와 보수.진보단체들이 고루 모인 발전위원회에서 심의한 것으로, 충분히 균형이 잡혀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정부가 자신들의 색깔을 넣고자 한다해도 굳이 기본계획을 손대지 않고 매년 짜게 돼 있는 당해연도 계획에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대북정책은 정권의 성격을 가장 여실히 드러내는 부분으로 임기 말에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짠다는 것은 다소 난센스”라며 “정권 초에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5개년 계획에는 서울과 평양에 경제협력대표부를 설치한 뒤 이를 상주대표부로 격상하고 남측 이산가족이 통일 이전이라도 북측의 가족에게 재산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통일부는 이번 계획이 남북 정상회담과 총리회담 합의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