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20년 유형 분석…“北, 갈등-협력 반복전술 일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원색적인 비난과 선전공세로 일관한 데 이어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 도발을 강행했던 북한이 최근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불과 2주 사이에 136일 동안 억류했던 개성공단 직원 유성진 씨를 석방하고 나포 어선 ‘800 연안호’ 및 선원을 송환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북에 초청해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개성관광 재개 등 5개항의 남북교류사업을 합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최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해 이 대통령을 면담하는 파격행보를 보인데 이어 ‘새로운 남북관계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쉽게 남북관계의 정상화나 북한의 대남 전략 변화로 연결지을 경우 북한의 전술에 휘말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려대 강승규 박사는 최근 학위 논문 ‘탈냉전기 남북한 갈등과 협력에 관한 경험적 연구’를 통해 북한이 대남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협력을 동시에 유발시키는 ‘이중적인 전략’을 구사해 오면서 반복되는 행동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 박사는 이 같은 사실을 그동안의 남북관계 변화 패턴을 분석해 실증적으로 증명했다.

이 연구논문은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인 1988~2007년까지 20년간 남북간 대화 내용, 내외통신, 노동신문 외 북한발행지 등 6천여 건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 데이터를 통해 단계별로 ▲B1(남북교류-교류·대화·이산가족·체육·예술·정치 등) ▲B2(경제-경제교류·지원·금강산개발·수해지원 등) ▲B3(군사-국방·도발·테러·잠수함 침투·팀스피리트 훈련 등) ▲B4(핵문제-핵·6자회담·경수로·비핵화·핵미사일·우라늄 등) 등으로 구분했다.

또, 다시 사건의 갈등·협력 정도를 보여주는 COPDAB(Conflict and PEACE Databace) 15단계 분류법에 따라 ▲협력(1~7) ▲중립(8) ▲갈등(9~15) 등으로 분류했다.

실례로 2003년 2월 23일 ‘일반인대상 육로이용 금강산 관광 실시’는 B2-협력(4), 2002년 6월 29일 ‘서해 연평도 남북교전’은 B3-갈등(13), 2003년 9월 4일 통일부의 ‘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개선 병행추진 방침’에 대해서는 B4-중립(8)으로 구분했다.

결과적으로 B3(군사)가 9.38로 가장 갈등이 높았고, B4(핵문제,8.55), B1(남북교류,8.02), B2(경제,6.32) 순이었다. 즉, 군사, 국방 분야가 갈등의 정도가 가장 심했고, 경제 부분이 가장 협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강 박사는 “지난 20년간 남북 갈등·협력을 분석하면 북한이 대남 갈등을 유발할 경우 남북 간에는 경색국면이 조성됐지만, 경제부문은 도리어 끊이지 않고 유지되고 나아가 더욱 긴밀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심지어 잠수함 침투, 핵폭탄 실험 등 대형 갈등을 일으키더라도 아주 짧은 기간인 1~4개월의 중단 시기를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또는 더욱 긴밀한 경제관계를 유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강 박사는 이어 “따라서 북한은 아무리 갈등을 조장해도 경제의 타격을 입을 우려가 없음을 알고, 하고 싶은 대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은 북한이 남한과 협력을 논의하면서도 갈등을 일으키는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그동안 북측의 패턴 분석을 통해 데이터화 했다.

20년간 협력지수 조사결과를 보면 가장 협력이 활발했던 상위 5년간에도 갈등은 활발하게 조장돼 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협력지수가 6.08로 가장 높았던 1996년에는 갈등도 9.81로 20년간 갈등지수 중 3위를 기록했고, 1999년도 갈등이 9.86으로 2위였지만, 협력도 6.22로 20년 중 5위를 차지하는 등 갈등과 협력이 같은 시기에 나타났다.

강 박사가 논문에서 제시한 ‘10대 갈등 사건과 이후 경제관계’를 살펴보면 더욱 분명하다.

1996년 4월 5일 북한은 중무장한 1개 중대를 판문점 공동구역에 투입하는 사건을 일으켰지만, 4월27일 통일원은 3개 업체를 대북협력사업자로 승인했고, 같은 날 대우는 북한 남포공단에 합영공장 설립을 발표했다. 또, 6월 11일에는 통일부총리는 대북식량지원을 발표하기도 했다.

1998년 8월 31일 북한은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단행했지만 9월 13일 통일부는 민간단체 대북지원을 허용했고 10월15일 남한 수협은 남북한 수산분야 합작사업 협상을 시작했다.

심지어 1999년 6월 15일 서해교전이 발생했지만 6월 29일 현대는 금강산사업 건으로 500만불을 북한에 송금했고, 8월 1일 정부는 금강산관광 재개를 허용했다.

2006년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지만, 11월 2일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와 북측 민화협은 합작 제약공장과 닭공장을 준공됐고, 12월 8일에는 통일부장관이 개성공단을 방문했다.

이와 더불어 논문은 김일성 시대보다 김정일 시대에 남북교류, 경제, 군사, 핵문제 등 전 분야에서 갈등이 심했고, 갈등의 진폭도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 분야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가 비슷한 지수를 보였지만, 군사 분야에서는 10.00으로 9.78인 김일성 시대와 차이를 보였고, 핵문제 부문도 9.57로 김일성 시대 9.43 보다 높게 나타났다.

연구 논문을 통해 이 같은 결론을 입증한 강 박사는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북한의 양면성을 파악하고 양면전술을 구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각종 협력이 활발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갈등의 우려성이 증폭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적절한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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