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틀 바꿀 특사교환 모색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의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상황에 이른 북한 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6자회담 재개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김정일의 유고사태 발생 직전의 한반도 정세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과 북한은 미국의 북한에 대한 대북 인도적 식량지원과 북한의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의 중단을 교환하는 합의에 거의 도달 한 바 있다. 소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남북대화 → 북미대화 → 6자회담 재개’의 3단계 프로세스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었던 셈이다.


2010년 북한의 대남 군사모험주의 행태에 의해 조성된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 고조 상황에 대한 한반도 안팎의 우려 속에 2011년 1월 미국과 중국은 워싱턴 정상회담의 ‘미·중공동성명’을 통해서 한반도 정세 안정화의 대 원칙과 남북관계 개선, 6자회담의 조속한 재개, 그리고 북한의 도발적 행태의 억제 등 세부 정책기조에 대해서 합의했다.


이후 미·중 양국은 실제로 한반도 정세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대북 전략적 개입정책을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로 2011년 7월 말 이래 남북비핵화 회담과 북·미고위급회담이 순차적으로 두 차례 반복해 이어져왔던 것이다. 남북관계에서도 북한의 대남비난 자제와 남한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재개 노력이 나타나면서 그 관계개선에 대한 조심스런 기대가 조성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김정일의 유고 사태 발생은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북한문제 대한 관심을 김정일 사후 김정은 승계체제 하의 북한 정국의 안정성 유지 여부 문제로 옮겨가게 했다. 그러나 김정일 사후 북한은 정국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김정은 승계체제의 빠른 전면화 과정을 이어오고 있고, 김정은 승계체제의 안착과정을 이끌어내고자 지난해에 설정했던 대내외 정책기조를 올해에도 지속하고자 하는 행보를 보여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13일 김정일은 이례적으로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서 당면한 대외전략의 기조를 밝힌 바가 있다. 남-북-러 경제협력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북핵 협상국면을 조성하여 대 미·일 관계를 개선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대외전략은 중국과의 동맹관계의 확대심화를 바탕으로 한 것임은 물론이다.


사실상 김정은 승계체제의 안착을 위한 대외생존전략의 기조를 천명했던 셈이다. 이러한 정책기조를 북한 당국은 올해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서 그대로 이어갈 것임을 밝혔던 것이다. 이에 따라서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지난해 12월 중순의 상황으로 복귀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핵 문제의 협상국면 재개를 위한 북‧미 대화 재개를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 안정화 노력이 재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자연스럽게 남북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김정일 사후 북한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방위원회 성명을 필두로 대남 비난공세를 이어오고 있으나, 그 태도는 다분히 이중적이다. 이 성명에서 북한은 “이명박 역적패당과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길을 향하여 힘차게 나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대남태도상의 양의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노골적인 대남비난을 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시사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북한은 남한 현 정부의 대북정책기조에 대해서 비판하면서도 “10. 4선언 발표 5돌을 맞으며 북남선언들을 적극 지지하고 이행하려는 분위기가 온 강토에 차 넘치게 해야”하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은 조국통일의 전제이고 담보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사실,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주장은 북한당국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내 논리기제로서 활용되어왔던바 있다. 즉, 소위 ‘조국통일의 구성’으로서의 수령의 고유 임무인 ‘조국통일’을 위해서는 ‘민족적 화해와 단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논리구조인 셈이다.


북한은 지난 1월 31일 개최된 ‘6. 15공동선언 실천 북측 위원회’ 총회에서 결의된 ‘해내외 전체 동포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통해서도 “우리민족이 화해하고 단합하면 자주통일과 공동번영의 길이 열리지만 대결하면 불행과 재난밖에 차려질 것이 없다”며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거듭 주장한 바 있다. 불순한 대남 통일전선전술의 의도가 짙게 깔려있는 북한식 논법구사이기는 하나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북한당국의 상황인식이 담겨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일 사후 보여 지고 있는 북한의 노골적인 대남 비난은 다분히 체제결속과 대미협상을 재촉하기 위한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대남행태로 해석될 수 있다. 올해 내내 북한이 남북관계를 경색국면 일변도로 끌고 나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올해 북한이 당면 과제의 핵심은 김정은 승계체제의 안정화이다. 김정은 승계체제 안정화 의 핵심요소는 체제 엘리트들의 묵종과 북한 주민들의 우호적 민심동향이다. 이에 북한당국은 신년공동사설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올해를 ‘인민을 위한 해’로 설정하고, “현 시기 인민들의 먹는 문제, 식량문제를 푸는 것은 강성국가 건설의 초미의 문제”라는 점을 시인하면서 민심관리에 부심하고 있다.


체제엘리트들과 북한주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김정은 승계체제로서는 경제회생의 비전을 제시해야하고, 북한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올해를 강성국가 원년으로 선포한 만큼 그 필요는 더 크다고 할 것이다. 때문에 내부 민수경제자원의 한계상황을 겪고 있는 북한당국으로서는 대외관계를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제적 수혈을 받는 것이 긴요한 형편이다.


가깝게는 중국으로부터의 전략물자의 확대된 무상지원과 적극적 경제협력이 필요하며, 북핵문제의 협상국면 유도를 통한 대 미·일 관계 개선을 통해서 서방으로부터의 대규모 식량지원과 에너지 자원 획득이 절실하다.


남-북-러 경제협력 프로젝트 추진을 통한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도 필요하다. ‘고난의 행군’ 시기의 체제위기에 벗어날 수 있었던 지난 10년의 경험을 비추어 볼 때, 대남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실익확보는 더욱 절실하다. 김정일의 마지막 유훈처럼 되어버린 김정은 승계체제의 안정화를 위한 북한의 대외생존전략은 사실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하고 있기에 대남관계 개선은 필수적인 셈이다.


이렇게 볼 때, 김정은 승계체제는 내부 정치적 수요 차원의 일시적인 대남 비난행태에도 불구하고, 체제결속을 위한 대내 정치일정의 종료와 함께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목하 진행 중인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북·미대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남북관계는 6자회담 재개국면과 더불어 동시적으로 관계개선의 국면을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한반도 정세의 변화 상황에서 유의하면서 소극적으로는 남북관계의 안정성 회복을 보다 적극적으로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꾀하는 방향에서 능동적으로 전략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3단계 접근법이 필요하다.


우선, 1단계로서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이 상호 적대적 행동을 자제하는 가운데, 인도적 차원의 상호 협력적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는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상봉문제에 대한 협력적인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줘야 한다.


남북이 협상자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단계에서는 당국간 대화를 추진해야한다. 남북간 쌓인 현안이 많기 때문에 실무급대화와 장관급 대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당국간 대화 돌파구 마련을 위해서는 남북 특사교환을 모색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남북당국간 대화가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북핵 정세의 협상국면의 진전과 더불어 제3단계로서 남북 (최)고위급 대화를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와 한반도정세발전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국제정세의 기회요인을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향에서 남북관계상의 대북정책을 추진해 나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요인이 중요하다. 올해는 국내적으로 양대 선거가 있으며, 주요한 국제적 행사들도 예정되어 있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들이 잇따라 권력교체를 위한 바쁜 대내 정치일정을 맞이하게 된다.


북핵 정세와 맞물린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시간적 협상공간이 매우 협소한 한해가 되는 셈이다. 예년기준에서 허용될 수 있는 불필요한 시간적 소요를 불허하는 한해가 되는 셈이다. 남북관계상의 희망적 기대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우리정부로서는 그 만큼 강력한 의지 하에 집중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면해 북핵 협상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국면의 병행 구도 전개 상황에 대비한 대응전략을 사전에 충분히 강구해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는 한반도 정세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대전략을 기획해볼 필요도 있겠다. 이 과정에서 항시 유념해야 될 것은 남북관계상의 안정성 유지라는 소극적인 평화유지가 가능한 조건에서 우리는 보다 희망적인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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