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차기정부 때 ‘겨울잠’ 우려

진보성향의 일부 북한 전문가들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가 이달 말 발간 예정인 격월간지 ‘민족화해’ 신년호에서 이명박 당선자가 2007남북정상회담 합의와 각종 교류.협력 사업의 타당성을 검토한 이후 현 정부와 “다소 상이한 잣대와 철학”을 들고 나올 경우 부정적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다.

북한대학교대학원의 양문수 교수는 ‘남북경협 사업을 재검토하더라도 공든탑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제하 글에서 “남한 신정부는 새로운 대북정책의 모색을 위해 남북 교류.협력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남북 경협사업이 겨울잠을 푹 자게 되는 상황이 빚어지거나 과도기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상회담 직후 연말까지 숨 가쁘게 돌아가곤 했던 당국 간의 여러 회담의 앞날을 장담치 못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양 교수는 “(정상회담 합의 중) 정부재정 투입 규모가 만만치 않을 사업들은 전면 재검토되면서 사업의 착수는 커녕 협의조차 지연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당선자의 ‘10.4선언’ 재검토 가능성 외에도 내년 4월9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총선거, 신임 장관 인사청문회, BBK 특검, 정부조직 개편도 남북관계를 소강국면에 빠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으면서 “이런저런 사정이 겹치게 되면 남북관계, 경협사업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같은 대학원의 이우영 교수는 ‘남북 사회문화교류는 경제성장과 실적 중심의 대북정책 관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제하 글에서 “경제성장을 절대시하는 (이 당선자의) 관점은 즉각적인 이익을 중시하는 대북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 경우 비가시적 분야에서 의미를 찾는 사회문화교류는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권교체 과정에서 인도적 지원을 포함한 협력기금 문제, 상호주의 문제 등 그 동안 한나라당이 집중 비판해 온 부분에 문제 제기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며 “인권문제와 상호주의를 강조하면서 인도적 지원 문제에 대해 제동을 가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새 정권의 정책 파악을 위해 일시적으로 중단시킬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 문제는 남북한 모두 활용할 가치가 크며 이산가족 상봉은 남한 정부가 항상 압박을 느끼는 사안”이라며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나 올림픽 응원단의 경우 별 문제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코리아연구원의 서보혁 기획위원은 이 당선자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지난 20일 전화통화를 하며 한미관계 강화 및 북핵문제 긴밀 협력에 공감했다면서 “만약 새 정부가 미국과 공조해 북한에 선 핵폐기를 요구하고 그것을 남북관계 발전과 연계할 경우 남북관계를 희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관계 강화가 남북관계의 조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제목으로 글을 쓴 서 위원은 “이 당선자와 미국은 크게 볼 때 ‘선 한반도 비핵화, 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입장이기 때문에 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 추진을 담은 정상선언이 무력화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말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는 한국과 미국의 당면 해결과제이므로 양국 간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지만 상대인 북한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한미 양국은 포괄안보 관점에서 협력을 증진하되 다른 국가과 관계를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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