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어떻게 전개될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북한 조문사절단의 방남 활동을 계기로 남북이 1년6개월의 갈등을 털고 다시 대화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북핵 프로세스와 북미대화의 진전 여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양측의 이견, 국내여론 등 넘어야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진전 속도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北조문단이 남긴 것 = 서울에서 보인 북한 조문단의 행보는 남북관계가 최소한 갈등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국민들이 체감하게 했다.

물론 북측 조문단의 방남과 이어진 남북 고위급 대화 및 북측 인사들의 청와대 예방은 김 전 대통령 서거라는 예측치 못한 일이 `무대’를 만들어 줬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수행한 김기남 비서와 대남 실세인 김양건 부장 등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는 장면이 올해 안에 연출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북한은 현 정부 출범 이후 6.15, 10.4선언 이행에 대한 미온적 입장과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 발전을 연계한 비핵.개방 3000 구상 등을 문제삼으며 정부와 첨예하게 대립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은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로 칭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전면적 대결태세 진입, 정전협정 불구속 선언 등으로 정부를 압박해왔고 정부도 `북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원칙으로 맞섬에 따라 남북간 갈등지수는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그러나 북한이 그 속내야 어쨌건 이번 조문단 활동을 계기로 민.관 할 것 없이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풀어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은 남북관계에 의미있는 진전으로 평가된다. 남과 북 중 한쪽이 변해야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일단 변화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는 얘기다.

또 북한이 작년 3월말 이후 공식적으로 거부해온 남북 당국간 대화가 이번 조문단 방남을 계기로 재개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이와 관련, 김양건 부장은 22일 현인택 통일장관과 면담하기 앞서 “이번 정권(이명박 정부) 들어 첫 당국간 고위급 대화임을 생각해서 허심탄회하게 얘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해 당국간 대화를 거부해오던 자신들의 기존 입장이 변했음을 시사했다.

그리고 이번 조문단의 서울 도착일인 21일을 기해 북이 `12.1조치’를 전면 해제함으로써 남북관계의 각종 `교두보’가 복원된 것도 추가적인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북한은 12.1 조치를 해제한다면서 개성 남북경협협의사무소 재가동, 경의선 철도 운행 재개, 육로 방북 시간 및 출입 인원수 원상 회복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북측이 작년 11월 끊었던 판문점 직통전화도 조만간 본격 재가동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북핵상황.국내여론 등 변수도 많아 = 조문단 방남 이후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추석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할 것으로 보이며 개성공단 활성화, 금강산.개성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 등 각종 현안과 관련한 남북 당국간 대화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상황에 따라서는 고위급 특사왕래를 통해 큰 틀에서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는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앞으로 고속도로를 타게 될지, 정체와 퇴보, 진전을 반복하는 양상으로 진행될지 당장은 장담키 어려워 보인다.

첫번째 변수는 북핵문제와 북미 양자관계의 진전 양상이다.

우리 정부가 대북정책전환을 하거나 눈에 띄는 대북 유화적 정책을 취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 북측이 최근 잇달아 대남 유화조치들을 취하고 있는 것은 일단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환경조성’의 측면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런 만큼 향후 북미관계가 비핵화 트랙의 진전과 맞물려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북한은 남북관계를 순탄하게 계속 유지할 것이나 비핵화 트랙이 삐걱 되고 그에 따라 북미대화가 순탄치 못할 경우 대남 기조에 다시 변화를 가할 수 있다.

또 우리 정부가 이번 북측 조문단에 `원칙’을 강조한데서도 짐작 가능하듯 비핵화의 진전이 이뤄져야 적극적인 대북 접근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북한이 최소한 북핵 대화의 틀로 복귀하고 비핵화의 결단을 보여줘야 남북관계를 본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과감히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두번째 변수는 `6.15, 10.4선언’을 강조하며 과거 정부 시절의 남북관계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북한 당국과 새로운 남북관계를 만들겠다는 우리 정부가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냐다.

일단 이번 조문단 활동을 계기로 남북은 대화를 시작한 모양새가 됐지만 핵심 쟁점이던 6.15, 10.4선언에 대한 입장정리는 아직 과제로 남아있는 상황이라 북한은 향후 남북대화를 10.4선언의 틀에서 진행하자고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경우 우리 정부는 10.4선언을 존중하지만 이행을 위해서는 비핵화의 진전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돼 양측간에 입장 조율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또 우리 정부가 과거 정부시절에 비해 더욱 강조하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 인도적 지원의 모니터링 강화 등 `각론’의 문제들을 놓고도 입장차가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급작스럽게 대남 유화공세를 펴고 있는 북한의 의도에 대한 국내 여론 일각의 경계심 등도 현 정부가 대북 접근을 해나가는데 고려할 중요한 변수가 되리라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