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실용’…‘비핵화전략’ 필수”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대북정책의 키워드는 ‘글로벌’과 ‘실용’이다. 특히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비핵∙개방3000’구상을 강조했다. 조건부 경제적 해법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25일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용의 잣대로 풀어가겠다”며 “‘비핵∙개방∙3000’에서 밝힌 것처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의 길을 택하면 남북협력에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실용’을 강조하면서 민족과 자주를 앞세운 지난 10년의 ‘햇볕정책’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남북 정상이 언제든지 만나서 가슴을 열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해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북정상이 ‘어떻게 해야 7천만 국민을 잘살게 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해야 서로 존중하면서 통일의 문을 열 수 있는가’ 하는 생각들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전제해 정상회담도 정치적 이해목적이 아닌 상생과 실용이 목적이어야 함을 내비쳤다.

앞서 이 대통령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지만 국내 정치에 이용하기 위해 형식적인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고 밝힌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통해 본 대북정책에 대해 경제중심적 ‘실용’을 강조하면서 참여정부의 대북정책과의 차별화를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분석했다. ‘접근 방법’에 있어서도 상호주의적 조건부 방식을 천명하면서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의 ‘무조건 퍼주기’와는 다른 방식의 지원이 될 것임을 밝혔다는 지적이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기존 ‘햇볕정책’과 분명한 차이를 두고 있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도 “탈 이념화, 실사구시, 한미동맹 강화 등을 통해 ‘상호주의’적 대북전략을 밝힌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이 대통령이 실용적 접근 방식과 ‘비핵∙개방∙3000’구상을 밝혔지만, 대북지원의 전제인 비핵화와 개혁∙개방을 이끌 수 있는 ‘방법’에 있어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유 교수는 “실용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전술은 엿보이지 않는다”면서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핵을 포기하게 할 것인지’‘북한이 경제적 개혁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것은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공약을 통해 당근을 제시했지만 비핵화 전제에 따라 아직 북한에게 ‘당근’을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기대치는 제시됐지만 ‘어떻게 할 것이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목표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새로운 것이 없다. 취임 전 밝혔던 ‘비핵개방3000’구상을 그대로 이야기했다”며 “이념보다는 실용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상당부분 북한의 호응 정도에 따른 태도변화에 따랄 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개방하면 지원하겠다는 실용주의적 원칙만 밝힌 셈”이라며 “‘퍼주기’논란이 됐던 참여정부와는 달리 상호주의적 요소인 ‘~하면 ~하겠다’는 식의 접근법을 밝힌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글로벌 외교’를 위해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의 탄탄한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미국과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맹관계로 발전, 강화시키겠다”면서 “두 나라 사이에 형성된 역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적 동맹관계를 굳건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4월 중순 이뤄질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발전 방향을 담은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이 대통령은 “아시아 국가들과의 연대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특히 일본, 중국, 러시아와 고루 협력관계를 강화하여 동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 대통령의 ‘주변 4강 외교’는 취임 첫날 첫발을 내딛었다.

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북한 핵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와 더불어 4강외교를 강조한 것으로 볼 때 향후 이명박 정부의 외교·대북 정책의 초점은 ‘북핵폐기’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북핵 문제는 6자회담을 통한 방법론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린 이날 취임식에는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 등 정상을 비롯한 국내외 귀빈과 국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특히 취임사에서는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선진화로 이끌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취임사는 A4 5쪽(200자 원고지 42장) 분량, 무려 8700여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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