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신뢰회복, 한국만의 착각”

▲ 29일 열린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 장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북한과의 화해협력을 강조해야 한다는 입장과 원칙적 자세를 견지해 나가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려 관심을 모았다.

29일 오후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주최로 열린 ‘남북관계 어떻게 풀 것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한 경남대 김근식 교수(정치언론학부)와 고려대 유호열 교수(북한학과)는 남북관계에 대한 상반된 입장을 가지고 주장을 펼쳤다.

이날 발표자로 참가한 김근식 교수는 “남북관계 중단의 원인은 김일성 사망 10주년 기념식에 대한 우리측의 조문 불허 조치나 대북송금 특검 수용으로 인한 남북 간 신뢰 부족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은 확고한 햇볕정책에 기반하고 있으며, 6.15 공동선언 계승을 통한 화해협력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북한 당국에 설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려대 유호열 교수

토론자로 참석한 유호열 교수는 김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을 비판하며, 남북관계에선 원칙적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그 목표가 뚜렷해야 한다”면서 “남북관계의 목표는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한반도 전체로 확산하는 것으로, 이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면 방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과의 관계는 신뢰가 없더라도 실리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하며 “북한 당국은 실리에 따라 움직이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만 신뢰에 대해 강조하며 한국 정부의 정책만을 문제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모순”이라고 밝혔다.

유 교수는 6.15공동선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우리는 공동선언을 통해 실질적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의 개혁개방, 이산가족 상봉, 북한 인권 개선 등을 기대했었다”면서 “이런 변화가 현실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남한의 추동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 경남대 김근식 교수

김 교수는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LA발언을 필두로 한 해외순방 기간 동안 북한관련 발언을 통해 미국에게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것을 주장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번 4월의 베를린 발언(얼굴 붉힐 땐 붉히겠다)은 북한의 일방주의를 비판함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우리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유 교수는 노 대통령의 베를린 발언은 옳은 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렇게 기본 원칙을 세워가며 북한에 메시지를 던져야만이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북한 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김 교수는 정부차원의 경색 국면과는 별도로 민간교류는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말하며, 앞으로도 조건 없는 대북지원은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날 토론회을 지켜본 김우열(고려대 4년) 씨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핵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남북관계 전망에 관한 토론회에 북핵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다뤄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밝혔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