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경색에 돼지열병 악재까지…9·19 1주년 의미 퇴색

북미 교착 속 남북 소강상태 지속…정부 고위당국자 "재개시 할 수 있는 것 축적"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공동선언서에 서명한 뒤 펼쳐 보이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9·19 평양 공동선언 1주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경색된 남북관계가 회복될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여파가 남북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남북 간에 추진되던 교류협력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9·19 평양선언 1주년을 맞아 오는 19일 접경지역인 경기도 파주에서 기념행사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해당 지역에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진 사례가 나오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본래 남측만 참여하는 ‘반쪽짜리’ 행사로 기획된 데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당초 계획마저 틀어지면서 9·19 평양선언 1주년의 의미 퇴색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통일부는 전국 각지의 주민과 평양선언 유관인사 등 700여 명이 특별열차에 타고 서울역에서 파주 도라산역으로 향하는 ‘평화열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러나 전날(17일) 파주에서 ASF 발병이 확인된 이후 이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도라산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9·19 평양선언 1주년 기념식 장소를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로 바꾸고 행사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정부가 북측에 행사 개최 사실을 통보하지도, 참여 의사를 타진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일각에서는 ‘지난 4·27 판문점회담 1주년 기념행사에 이어 또다시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9·19 선언 1주년의 의미와 성과를 되새기는 차원에서 기념식을 진행한다는 입장으로 행사를 준비해왔다.

정부가 자체적인 행사로 치를 것을 상정해놓고 기념식을 준비해온 것은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교착 국면에서 남북관계에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북한은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은 물론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합동훈련 관련 실무협의, ASF 방역협력 제안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평양 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인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복구와 화상상봉 등을 논의할 적십자회담도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북한은 최근 한미연합군사훈련과 우리 정부의 첨단무기 도입이 남북정상선언과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면서 단거리 발사체를 잇달아 발사했고, 향후 있을 북미 대화에서 한국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에 응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한국이 북미협상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과 함께 제재 하에서 독자적으로 경협을 이끌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최근 들어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부 안팎에서도 남북관계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미국을 향한 북한의 외교적 메시지와 일련의 움직임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도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흐름과 맥을 같이한다는 구조적 특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현재로서 북미 실무협상은 이달 하순께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로서는 조만간 열릴 북미 실무협상 상황과 전반적인 흐름을 지켜보면서 남북관계 복원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9·19 평양선언 1주년을 하루 앞둔 18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소강국면에서 협상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준비하는 이런 상황에서의 9·19 공동성명 1주년이라는 의미에 대해 통일부는 무겁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변화를 대비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남북관계가 재개되면 할 수 있는 것들도 적지 않게 축적해놓은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당국자는 지금의 답보상태를 해결해나갈 구체적 방안과 관련한 질문에 “상황관리를 하면서 해법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각도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타진해보기도 하고 간접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들어온 복잡한 신호를 잘 분류해서 걸러 들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나름 경험과 정보가 다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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