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등 괄목할 만한 사건들이 휘몰아쳤던 2018년. 가깝고도 먼 북녘땅에서 소식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데일리NK는 ‘핵무력 완성’을 공언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고, 북한의 비난일색 대남공세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올해 평양, 평안남도 등 여러 북한 주민들과의 직접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현재 북한 주민들이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와 정권의 비핵화 움직임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데일리NK는 올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앞서 진행한 북한 주민 인터뷰를 종합·정리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대미 인식과 비핵화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짚어보고자 한다.
北 주민들, 통일은 바라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 인식
지난 4월 27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11년 만이자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리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데일리NK는 어렵게 진행된 평양시민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는데, 실제 당시 평양 주민은 “백성들은 통일을 바라고 있다”며 “남조선이 경제가 발전됐고 잘 살기 때문”이라고 전한 바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통일이 과연 이뤄질지에 의구심을 갖는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시민은 “문재인하고 (회담)해도 통일이 안 된다고 하더라. 노무현하고도 (회담)했는데 통일이 안 됐지 않나”라며 ‘통일은 힘들다’고 인식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중순 또 다른 평양시민과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평양시민은 “전반적으로 통일을 기대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통일하기 힘들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며 “미국 대통령에 의해 지시받기 때문에 통일하기 힘들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남북관계 개선에 기대감 ↑…대미(對美)인식은 여전히 부정적
평안남도 주민 역시 지난 9월 19일 평양 정상회담 당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백성들은 북남관계가 잘 되서 하나로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면서도 ”2차(회담) 때부터 우리는 미국이 간섭 안 하면 북남관계가 한민족이니까 반드시 된다고 그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 이 같은 내용의 강연 지속 이어지고 있어 ‘미국을 제쳐 놓고 남북이 서로 오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반도에 불어온 대화의 바람에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남북관계 진전과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부적으로는 미국을 걸림돌로 인식하는 등 반미(反美) 사상이 깔려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이 평안남도 주민은 한국 대통령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평가와 관련,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때는 들입다 욕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수고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며 “2차 통일각에서 만날 때 (두 정상이) 포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민들은 ‘진짜 한국의 대통령이 하나의 민족으로 만들려고 올라왔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두고 여전히 혼란…”안 없앨 것”, “장군님만 믿어”
올해에는 남북관계 진전과 함께 북미 간 비핵화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만 본보와 만난 북한 주민들은 뿌리 깊은 반미사상에 기초해 ‘조선(북한)에서 핵무기는 없어서는 안 된다’거나 ‘그저 장군님(김정은)이 하면 한다고 믿는다’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 평양 주민은 9월 평양 정상회담 계기에 5·1경기장에서 진행된 문 대통령의 대(對)주민 연설을 거론하며 “핵무기 없는 조선(북한)이라고 하는데 조선에 핵무기가 없어지면 안 된다. 그 핵무기 없앴다가는 미국과 전쟁한다고 다 그렇게 말한다”며 “위원장이 무기 없앤다고 하는데, 있는지 없는지 (누가) 알겠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문 대통령은 15만명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오늘 김정은 위원장과 나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밖에 평안남도 주민은 비핵화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묻자 “인민들은 비핵화에 대해서 이러쿵저러쿵하지 않고 그저 장군님만 믿는다. 우리는 장군님께서 하면 한다고 알고 있다”고 전해, 최고지도자에 대한 충성심이 짙은 북한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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