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양안관계 발전속도 `역전’

남북관계와 중국 대만간 `양안관계’의 발전 속도에 역전 현상이 두드러진다.

지난 10년간에도 경제면에선 양안관계가 남북관계보다 앞서 있었으나 정치면에선 남북관계가 2차례의 정상회담을 통해 급속히 발전하는 데 비해 양안관계는 갈등과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러나 남한과 대만에서 비슷한 시기에 정권교체가 이뤄진 후 정치적인 면에서도 양안관계가 후퇴 국면의 남북관계를 추월하는 양상이다.

양안관계는 정치관계의 호전을 바탕으로 경제교류.협력의 보폭을 더욱 넓히고 있는 반면, 남북관계는 정치관계의 후퇴에 영향을 받아 경제교류.협력도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다가 최근엔 뒷걸음질 칠 위기를 맞고 있다.

남북관계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개혁.개방을 거부하고 있는 반면 양안관계는 중국이 이미 개혁.개방체제를 이룬 상태이고, 남북관계의 핵심이슈인 핵문제와 양안관계의 핵심이슈인 대만독립 문제의 성격이 다르며, 국력의 우열관계도 남북관계와 양안관계가 다른 등 구조적으로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

남북관계와 양안관계는 그러나 각각 북한과 중국은 정권교체 없이 남한과 대만의 정권교체를 계기로 핵심이슈에 대한 새 정권의 접근법에 따라 정치적 관계의 부침을 겪는 유사 패턴을 보이고 있다.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시절 ‘핵을 가진 자와 악수하지 않겠다’는 정책에 따라 정체상태이다가 핵협상과 남북대화의 동시진행을 주창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급속발전했지만 ‘핵진전에 따른 남북협력’을 내세운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그에 대한 북한측의 반발로 당국간 관계가 단절되는 등 퇴행하고 있다.

이에 비해 양안관계는 ‘대만 독립’ 노선을 고수한 천수이볜 전 총통이 물러나고 친중 성향의 마잉주 총통이 들어서면서 정치관계가 빠르게 개선되며 남북관계를 추월하는 모습이다.

천수이볜 총통(2000년 3월-2008년 5월)이 국가통일강령을 폐지하고 대만의 독립 노선을 추구하자 일국양제를 주장하는 중국이 군사적 위협으로 맞섬으로써 양안관계는 지난 10여년간 교착상태에 있다가 지난 5월 ‘실리’를 내세워 대중 화해정책을 표방한 마잉주 정부가 출범한 것을 계기로 급반전했다.

총통선거 때 ‘양안 공동시장 개방’ 공약을 내놓고 양안관계의 회복을 위한 의지를 강조한 마 총통이 당선된 후인 4월 샤오완창 부총통 당선인이 중국 보아오를 방문,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안 간 직항의 신속한 실시, 중국인에 대한 대만관광 개방, 양안 경제무역 정상화, 양안 협상창구 복구 등을 제안했다.

당시 회동은 1949년 이래 양안간 최고위층 접촉인 데다 양측이 1999년 해협양안관계협회와 해협교류기금회를 통한 공식 대화를 중단한 이래 9년만의 첫 당국자간 만남이었다.

이후 6월 중국 해협회와 대만 해기회가 9년 만에 대화 창구를 복원했고, 두 기관은 이달 초 2차 양안회담을 열어 ‘3통 해결’ 등 본격 교류의 물꼬를 텄으며, 중국은 더 나아가 양안의 무역대금 결제 수단을 달러화 대신 위안화로 대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정치관계의 발전을 토대로 양안간 경제교류와 협력이 한층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2차 양안회담에서 1949년 국공내전에 따른 분열 이후 숙원이던 통상(通商).통우(通郵).통항(通航) 등 ‘3통’ 해결에 합의함으로써 양안간 경제관계는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중국과 대만은 주말에 한해 주 36편 운항하는 항공 직항노선 횟수를 내년부터 3배 늘려 주 108편을 매일 운항하기로 했다. 취항 도시도 현행 5개에서 21개로 늘어난다.

또 다음달부터 중국의 상하이 등 63개 항구와 대만의 가오슝 등 11개 항구를 서로 상대측에 개방해 해운 직항도 시행함으로써 그동안 일본이나 한국, 홍콩을 경유했던 양안 화물선들은 물류비를 대폭 절감하게 됐으며, 등기우편만 허용됐던 우편교류는 내년부터 일반우편(소포ㆍ속달 포함)으로 전면 확대된다.

반면 남북관계는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관.통신)’ 문제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됐음에도 시행이 지연되고 있다.

오승렬 한국외대 중국어과 교수는 “남북관계는 상당한 경색 국면에 접어든 반면 양안관계는 실질적으로 경제적 통합 단계, 제도화의 단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미 대만 총수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중국과 무역량이 대만 국내총생산(GDP)의 25%에 달해 대만은 “중국 없이는 버티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는 것.

오 교수는 “남북관계와 양안관계는 여건이나 상황이 달라 섣불리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전제하에 “남북관계가 (양안관계보다) 상대적으로 더 좋았던 지난 10년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상황이 역전된 셈”이라고 말했다.

최춘흠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지금 양안관계는 남북관계와 비교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며 “중국과 대만은 앞으로 경제 부문을 중심으로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은 “중국과 대만은 모두 개혁.개방이 된 상황이어서 ‘경제적 실리’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할 수 있지만 남북관계의 한 축인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며 “양안은 정치 상황이 나빠도 경제 협력은 발전시켜왔다”고 남북관계와 다른 점을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에 대한 군사 위협으로 인해 긴장이 감돌던 1994-95년에도 경제 협력은 위축되지 않았고, 사회.문화 교류는 그때 시작된 반면 북한은 체제 유지를 중시해 개방 속도나 경제 협력의 밀도에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

오 교수도 “북한은 현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나돌고 권력승계 과도기여서 남쪽에 대한 경계심이 높은 상황”이어서 “북한 내부 정치나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기 전까지는 남북관계 정체나 경색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서는 개성공단 등 일부 거점을 중심으로 교류의 ‘단절’을 막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오 교수는 “경제 협력이나 사회.문화 교류에서 ‘모멘텀(동력)’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경제.사회 영역과 군사.정치 영역을 분리해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과 같은 경제.사회 영역은 어떤 식으로든 지속적인 교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남북관계는 전반적 사항에 대한 대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최소한 남북 경협의 상징적 모델인 개성공단만이라도 북한과 대화를 통해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춘흠 위원은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변화가 없이는 양안관계와 같은 교류를 남북관계에서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정부는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 협력은 점진적으로 확대, 발전시키겠다는 정책적 입장을 확고히 유지하면서 관계 개선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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